원현린 주필
원현린 주필

대검찰청이 지난해 적발한 마약사범 수를 보면 우리나라를 일러 가히 ‘마약사범 천국’이라 칭할 만하다. 대검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금 우리는 한마디로 ‘마약으로 병든 사회’에 살고 있다. 대검은 지난 한 해 동안 1만8천395명의 마약사범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2021년 1만6천153명에 비해 13.9%나 증가한 수치다. 하루 50.4명꼴로 마약사범이 검거된 셈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수사당국에 적발된 숫자로,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사회는 말 그대로 ‘마약 망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든다. 기우이길 바란다. 

마약 관련 기사가 단 하루도 보도되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검찰은 최근 한 대기업 창업주의 손자와 전직 경찰 고위직의 아들 등을 마약 유통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는 소식이다. 각 언론에 보도된 몇몇 신문의 마약 관련 기사 제목들을 보면 기가 찰 정도다. 인용해 본다. ‘지난해 마약사범 1만8천395명 적발, 역대 최다’, ‘10대 마약사범 5년 새 4배로…’, ‘국제택배 초콜릿에 마약 숨겼다… 외국인 유학생 등 26명 구속’, ‘합성마약 19억 원어치 캐리어로 밀반입… 김해공항서 잡힌 태국인들’, ‘재력가 꾀어 마약 먹이고 사기도박한 일당 징역형’ 등등이 그것이다. 

드러난 마약밀수범들의 반입 수법을 보면 기기묘묘하고 기상천외한 수법에 밀수 단속 세관당국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한다. 누차 강조하지만 보다 과학적인 첨단 수사 기법이 시급히 요청된다. 선박을 통한 대형 화물이나 항공화물에 숨겨 들여오는 경우가 해마다 증가한다고 분석되며, 근자 들어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이 급증해 수사당국을 긴장시킨다. 게다가 초콜릿이나 커피 등 식품으로 위장할 경우 전문가라 해도 적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수사 담당자들은 고충을 털어놓는다. 

한때 ‘마약 청정국’ 소리를 듣던 우리다. 하지만 이미 8년 전 얘기다. 이제는 청정국 지위를 상실해 세계에서도 상위의 ‘마약 큰 소비국가’로 전락했다. 마약은 유통되기 전 국제형사경찰기구(International Criminal Police Organization) 등을 통한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퇴치해야 한다. 마약은 시중에 한번 유통되고 나면 사후에 추적·적발하기란 어렵다. 

대검이 지난해 적발한 마약사범들의 직업을 분석한 내역을 보면 유흥·서비스업 말고도 농업, 회사원, 의료인, 예술인 등 다양한 분포를 이룬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학생(543명)과 교수를 포함한 교원(13명)도 끼어 있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연령별 분석 현황을 보면 20세에서 39세까지 청장년층이 57.2%에 해당하는 1만507명에 이른다고 나타났다. 가히 충격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들 세대야말로 한창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하는 나이대들이다. 마약의 무서움을 모르는 젊은 청년들이 너무 많다. 

마약 문제를 거론하면서 제1차 중·영전쟁이라 불리는 아편전쟁(阿片戰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이 전쟁은 거대 청국을 망국으로 이끌었다. 19세기 영국은 청국에서 차를 수입했다. 차 수입을 결제할 은이 부족해진 영국은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 청국에 밀수출하고 차를 수입했다. 청국은 농민들의 아편 흡입으로 농촌경제는 피폐해졌다. 더하여 관료들과 군사들까지 아편에 중독되면서 국가 기능마저 상실해 갔다. 급기야 청 황제가 아편을 몰수해 파기하자 영국과 전쟁이 일어 났다. 결과는 영국의 승리로 끝났다. 청국은 치욕적인 불평등 조약, ‘난징조약(南京條約)’을 체결해야만 했다. 

마약, 그것은 이처럼 국가마저 망하게 하는 무서운 약물이다. 때문에 각 나라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사범 퇴치에 나서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 하겠다. 우리 젊은이들이 마약에 병들어 간다면 국가의 미래는 없다. 마약과의 전쟁에는 기한이 없다. 상실된 윤리도덕 회복과 함께 마약이 완전 퇴치될 때까지 지속 전개, 마약 청정국 지위를 회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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