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인간은 잘 살기를 꿈꾸며 누구나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국민은 살기가 퍽퍽해 행복하기보다는 고통스럽다고 아우성이다. 심지어 대한민국 유사 이래 각종 스펙으로 무장해 가장 유능하다는 청년들도 고용절벽에 신음한다. 설상가상으로 사회 각계층 지도자들은 끼리끼리 단합이라도 한 듯 이러한 난세에 정치적·도덕적 책임은 외면하고 불공정하고 정쟁 지향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일관한다. 서로의 무능을 남 탓만 하거나 법적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만을 따지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우를 범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실태를 들여다보자. 확증편향이 극에 달해 자신의 것과 상충되는 정보에 대한 비판적 분석 능력을 상실한 채 끼리끼리 부족주의화 돼 있다.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경제는 쇼크에 빠졌다. 일자리 창출이 안 되고 고용불안이 악화일로에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날로 악화되고 서민경제는 숨이 막힐 정도다. 

맹자는 ‘무항산(無恒産), 무항심(無恒心)’이라 했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올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국민 누구나 일정한 생산소득이 있어야 한다. 이는 독립적 인격체로 살기 위한 첫걸음이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는 군주시대다. 그때도 그랬다. 맹자는 일자리 창출을 국가 최고 통치자의 중요 책무로 규정했다. 일자리가 백성에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봤다. 나아가 일자리 없음을 범죄의 방치로 간주했다. 결국 사람답게 살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백성들의 생활 안정은 그만큼 중요하다. 

많은 것 중에 어느 한 가지만 봐도 지금 대한민국 경제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런데 여야 정치인들은 미래 지향의 국가 정책의 중요성보다는 일반 국민에게 당장 더 어필하는 이슈를 선점하려고 소위 포퓰리즘에 빠져 구조적 문제 해결보다는 무엇이든 쉬운 해법에만 몰두한다. 가장 단적인 예로 국가 정책의 최우선으로 부각한 반도체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 문제는 중국의 성장에 따라 지금까지의 산업구조가 바뀐다는 사실 직시보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우왕좌왕한다. 진작 해법이 그렇게 쉬웠다면 왜 여태 그것을 몰랐단 말인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정 운영은 군주 시대나 과거 독재 시대와는 분명히 달라야 한다. 철학도 문제지만 운영 방법이 달라야 한다. 가장 쉬운 예로 우선 대기업,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든 기업인의 기(氣)라도 살려줘야 한다. 또한 제 식구 감싸기와 무리한 의제 맞추기, 부정행위 등으로 편법과 불공정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 정부, 연구기관, 종교단체, 시민단체, 언론 등 그 어느 기관도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은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는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이제 같은 편만 바라보는 정책 운용과 문제 해결 방식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전임 운동권 정권의 사례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위기 그 자체로,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들까지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없다. 일반 가정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조차 불안하다. 새해 정초부터 들려오는 소식들이 온통 부정적인 전망뿐이다. 기업과 국민이 함께 잘 사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상호 신뢰다. 일찍이 공자의 춘추전국시대에도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무기, 식량, 신뢰- 중에 최우선은 신뢰임을 강조했다. 이제 정부는 정책 재건축을 숙고해야 한다. 현재의 총체적 난국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적 순혈주의로는 극복하기 어렵다. 여야를 막론하고 폭넓은 인재 등용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실력 있는 인재만이 위기의 시대 해법이다. 편향성을 극복하지 못하면 모든 정책은 실패한다. 지금은 미래를 지향하는 개방과 탕평책으로 국가의 비전을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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