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열린 용인시의회 제27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모습. <용인시의회 제공>

"충분한 취지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A4용지 출력물이 책상에 놓여 있을 뿐이다."

지난 9일 진행한 용인시의회 제270회 제2차 본회의 때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반대토론에 나선 김길수(국힘, 구갈·상갈) 의원이 한 발언이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시의원들은 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며 그들에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다", "오늘도 허공에 짖어 댄다"고 했다.

갈등 해소를 위한 조례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정치는 사라졌고 정파만 남았다.

12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개정안은 이상욱(민주, 보정·죽전1·3·상현2)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주민 갈등을 빚는 죽전 데이터센터 건립이 촉매제 구실을 했다.

뼈대는 갈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민 1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구하면 시장에게 협의회 설치를 요구하고, 시장은 이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 신설이다.

개정안은 지난 8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자치행정위에서 투표 결과 4대 4 동수로 부결됐다. 상당수 협의체를 구성한 마당에 기능이 겹치는 협의체를 만들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여지가 있고, 정책 결정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겉으로 보이는 이유다.

실제 이유는 정치 부재다. 개정안 발의에 앞서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김 의원도 "자치위 국힘 소속 누구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개정안은 결국 이튿날 본회의에 부의했고, 찬성 17표 반대 15표로 통과했다. 시의회는 민주당 17석, 국민의힘 15석이다. 상임위에서 부결한 안건이 본회의에 부의해 통과되기는 제9대 시의회에서만 두 번째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도 ‘용인시 공공시설 개방·사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상임위에서 부결한 뒤 본회의에 다시 올라가 통과했다. 두 차례 모두 기명 전자투표로 진행했다. 이탈표를 방지하려는 취지로 읽힌다.

시의회와 집행부(지방정부) 간 협치도 사라졌다. 시는 두 조례안에 대해 모두 재의를 요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공시설 개방 조례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8일 재의를 요구했으나 이번 회기 때 상정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는 재의요구서가 도착하면 1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한다. 다만, 본회의 기준 10일이라고 시의회는 설명했다. 의회 일정상 오는 6월이나 7월 회기 때 처리할 전망이다.

재의요구한 조례안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시의회 의석 구조상 통과가 쉽지 않다. 시는 갈등 예방 개정안도 조만간 재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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