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인천시 연수구 원도심에 첫 자취방을 구했다. 흔히 말하는 빌라촌의 원룸이었다. 발품을 팔아 구한 방은 썩 좋지도,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았다. 독립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나머지 집이란 ‘싼값에 몸만 누이면 그만인 곳’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은 얼마 못 가 의외의 장소에서 흔들렸다. 새 집에 적응하고서 산책에 나섰을 때였다. 한참을 걸어 봐도 눈에 들어오는 물체는 건물이요, 밟히는 건 아스팔트 바닥뿐이었다. 다닥다닥 이어진 사는 곳을 겨우 벗어나자 이번에는 큰길이 나왔다. 달리는 차들의 소음에다 날리는 먼지를 보자 걷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 뒤로도 남동·부평·미추홀구 원도심에 있는 작은 집들을 옮겨 가며 살았지만 주변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느 순간 산책을 그만두게 됐다.

갑자기 스쳐 지나간 집들이 떠오르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주말 경남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다. 고향집 역시 소도시 아파트라는 점에서 주거 형태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근처에 걷기 충분한 공원이 있다는 점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꾼다. 가족들과 저녁밥을 먹고 나면 누군가는 산책을 권하고, 함께 걷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하루 일과처럼 자연스럽다. 비가 그친 공원은 풀냄새로 가득 찼다. 도시에서 느끼는 최소한의 자연이었다.

정책입안자들이 쓰는 말 중에 ‘환경복지’라는 단어가 있다. 사전의 뜻은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게끔 하는 정책과 시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기자는 여기에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마땅히 누려야 할 환경 권리’라고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본다. 그렇다면 자연 속에서 걸으며 깊이 헤아려 생각하고 소통하는 일은 우리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자 복지가 아닐까 싶다.

인천시가 ‘2040 인천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에서 2030 기본계획 기준인 한 사람마다 12.35㎡였던 공원 조성 계획 면적을 15.62㎡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장기미집행 공원 조성과 더불어 원도심 공원녹지를 확충하겠다는 목표가 유독 반갑다. 산책을 포기한 시절, 건너편 신도시엔 멋들어진 공원이 속속 들어섰다. 어느 곳에 살든 걷고 쉴 공간은 필요하다. 이 당연한 권리를 모든 시민이 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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