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중앙정부 차원의 문제로 치부했던 미세먼지 문제를 지역 현실에 맞춘 정확한 진단과 과감한 투자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이다.

원도심은 도로가 비좁고 정형이 아닌 구간이 많아 대형 청소차량이 드나들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힌다. 이에 시는 대기질 소외지역이라고 하는 원도심 시민을 위해 소형 노면 청소차(분진흡입청소차)를 앞장서 도입했다.

미세먼지 문제의 주원인인 ‘도로 날림먼지’ 같은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정책으로, 지난해 기준 800만t을 처리하며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효과성 입증을 넘어 사업 확장의 필요성마저 제기되는 ‘남양주형 미세먼지 선진 정책’을 톺아본다.

도로 청소에 열중하는 소형 노면 청소차량.
도로 청소에 열중하는 소형 노면 청소차량.

# 미세먼지 위험성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환경기준인 15㎍/㎥를 초과한다. 미국·일본·프랑스·영국 주요 도시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로, 2015년 대비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 비용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1위로 꼽힐 정도로 심각하다.

국내 미세먼지(PM10) 배출량의 50.3%는 날림먼지, 이 중 36.7%가 도로 재날림먼지라고 나타났다. 차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암모니아 같은 유해가스와 타이어, 브레이크 패드 마모로 발생하는 납(Pb)·크롬(Cr)·Cd(카드뮴) 따위 1급 발암물질이 뒤섞이면서 인체를 공격하는 독극물로 공기 중을 떠다닌다는 뜻이다.

각종 연구에 따르면 도로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면 인체 폐포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질환은 물론 폐암이나 뇌질환 따위를 유발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미세먼지를 석면·벤젠처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고, 1년간 미세먼지로 인해 일찍 숨지는 사람을 700만 명 이상으로 예측한 바 있다.

질병관리청도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질환으로 인한 입원율이 2.7%, 사망률은 1.1%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 부실한 중앙정부 대책

정부는 2017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 30% 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봄철 일부 석탄화력발전기 중단, 청소차 보급 확대 같은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석탄화력발전소 정책은 국가 차원의 정책이어서 시민 체감도가 낮고, 오래된 경유차 폐차나 전기차 보조금 지원사업은 도심지 질소산화물(NOx) 농도가 오히려 증가해 비용에 견줘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세먼지 배출원인 1·2위를 차지하는 도로이동오염원과 재날림먼지에 대한 대책은 미약하다는 평가다. 

당초 도로 청소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관련 업계는 입을 모은다. 국내 도로 노면 청소는 살수·제설·도로 순찰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의 일부분으로 여겨 미세먼지가 중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경유 대형 차량으로 대부분 채워져 그 자체가 매연을 유발한다.

대다수 도로 청소차는 집진 필터도 없이 바닥에 물을 뿌려 젖은 먼지를 흡입하는 방식을 적용해 심지어 분진을 차량 상부로 다시 날려보내 합당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시는 직접 분산·포집·제거하는 방식을 줄곧 추진해 대기오염 유발 원인을 근본부터 해결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른다.

# 친환경 전기 청소차

지난해 4월 환경부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에 청소차량 1천650대의 미세먼지 효과에 관한 결과를 발표했다.

차량 하부 흡입구로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필터로 여과시키는 분진흡입차가 47.1%로 1위를 차지했다. 노즐로 고압수를 분사해 토사와 먼지를 빗물받이로 보내는 고압살수차는 34.1%, 브러시를 장착해 오염물질을 한곳으로 모아 흡입하는 진공노면차는 32.1%의 효과를 나타냈다.

더욱이 자동차전용도로 위주의 청소보다는 시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공간인 주택가 이면도로를 청소하는 방식이 적합하다. 각 지자체에서도 친환경 노면 청소차 도입을 검토하거나 도입하는 까닭이다.

새로운 정책과제로 미세먼지 저감 이미지를 선점해야 할 필요성마저 제기되는 상태다.

남양주 소형 청소챠량 앞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남양주 소형 청소챠량 앞에서 어린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소형 노면 청소차 도입 효과

시는 2021년 11월 30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소규모 노면 청소차량을 투입했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막대한 도로 재날림먼지를 효과 있게 줄이기 위함이다.

1권역은 평내·호평·화도·수동, 2권역은 진접·오남·별내, 3권역은 와부·진건·퇴계원으로, 현재 권역별로 10대씩 30대를 운행 중이다.

시민들의 생활 공간 곳곳을 청소하는 소형 노면 청소차량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인력에 의한 도로 청소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미세먼지 청소 말고도 일부 청소차량은 여름철 폭염에 대비한 살수 작업에 동참해 관련 예산 절감에 도움을 준다.

더욱이 ‘낙엽전쟁’으로 불리는 가을철 낙엽 청소에도 막대한 효과를 봤다. 지난해 10월 말, 2주도 안 되는 기간에 55t을 처리해 탁월한 성과를 냈다. 폭우로 낙엽이나 전단지가 도로 배수구를 덮어 하수가 역류하는 사례가 남양주시에서 발생하지 않은 이유다.

전체로 보면 지난해 2월부터 12월 말까지 소형 차량이 운행한 거리만 12만1천294㎞, 처리한 폐기물이 800만여t에 이른다.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환경 미화 작업, 대형 낙화물 수거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며 ‘시민 안전지킴이’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 시민들의 바람

시민들은 소형 청소차량이 생활과 밀접한 공간 곳곳을 누비자 크게 반겼다. 대형 청소차량이 지나가면 그 뒤로 줄서기를 해야 하는 운전자들의 답답함도 사라진데다, 오히려 위로 흩날리는 뿌연 먼지를 바라보며 열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들이 소형 청소차의 귀여운 디자인에 호감을 나타내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선물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시민들이 실제 효과를 체감한다는 뜻이다.

시의 선진 행정으로 생활 주변 도로가 청결한 ‘건강 도로’로 변한다는 확신을 주면서 ‘더 많은 곳을, 더욱 자주’ 다녔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심지어 원도심보다 도로 청소가 어렵고, 실제로 잘 이뤄지지 않는 자연부락에선 전체 지역으로 확대하길 기대한다.

남양주시의회에서도 지난 1일 "예산 문제로 현재 도심지 도로 주변 위주로 청소를 하지만 외곽 전원마을 도로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 <남양주시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