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

김수빈 / 문학동네 / 1만1천250원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출간됐다. 이 책은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지닌 작고도 반짝이는 힘을 그린 소설이다.

고고한 초승달처럼 높은 곳에서 홀로 빛나는 아이 ‘고요’, 그늘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다정한 반장 ‘정후’. 수현의 시선 끝에는 언제나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있다. 온종일 그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치 다른 차원에 속한 듯이 서로 맞닿을 일은 없다.

그러나 어느 밤 문득 찾아온 꿈과 또렷하게 설명할 길 없는 우연의 연쇄 작용으로 이야기의 캔버스는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간다. 관찰의 영역에 머무르던 이들을 온라인 공간에서 처음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데는 뜻밖의 인물이 수현의 시야에 들어오면서부터였다.

교실에서 존재감이 희미하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는 ‘우연’. 도대체 왜 나는 저 애가 이토록 궁금할까? 수현의 강렬한 호기심을 따라 지형도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마냥 빛나 보이는 동경의 대상도 사실은 나와 비슷한 마음을 품었다는 진실, 그리고 보잘것없다고만 여겼던 나를 줄곧 바라본 누군가가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까지, 달의 뒷면처럼 영영 감춰질 뻔했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난다.

힘든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 그러나 선뜻 나섰다가 다수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보편의 인물을 주인공 삼아 ‘유리공예를 하듯, 도자기를 빚듯이 내면을 섬세하게’ 다뤘다는 평가다.

때로 비겁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수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관심과 호기심에서 출발해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가 사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선의로까지 이어지는 마음의 성장 서사는 ‘작은 힘들이 끝끝내 이 세상을 어떻게 지켜 내는지를 몸소 증명한다’고 평가받았다.

김수빈 작가는 2015년 제1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동화에 이어 청소년소설까지 2관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무수히 많은 모래알 중에서도 조금 더 반짝이는 모래알을 건져 올리는 그의 촘촘한 시선은 여전하다. 

이런 공부법은 처음이야

신종호 / 21세기북스 / 1만6천20원

서울대학교 ‘광클 수업’ 주인공 신종호 교육학과 교수가 10대를 위한 공부법의 정수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20여 년 동안 교육심리학을 연구한 저자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심리 경험과 더욱 효과 있는 자기관리, 학습 전략 방안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대한민국 최고 교육전문가이자 ‘공부 멘토’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은 공부를 잘하는 전략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그 좋은 공부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공부마음’을 먼저 찾고 길러야 한다는 얘기다.

책은 공부의 의미와 이유를 찾는 일부터 시간을 관리하고 공부 습관을 들이는 뚜렷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공부에 대한 심리 접근과 과학에 근거한 체계 있는 모든 방식을 담았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놀라운 해결책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공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부를 경험하게 되는 경쾌한 첫걸음이다.

난생처음 시골살이

은는이가 / 티라미수 더북 / 1만2천600원

이 책은 조금은 엉뚱한 이유로 시골행을 택한 부부 이야기다. 이들이 시골로 향한 이유는 다름 아닌 ‘집’이었다. 리틀 포레스트, 러스틱 라이프, 오도이촌 같은 말이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들려온다. 한적한 공간, 문을 열면 바로 만나는 자연,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다.

남편은 자기 손으로 직접 집을 짓고 싶다는 바람을, 아내는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행에 옮기려고 도시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도시인인 그들은 그렇게 용감하게도 하루아침에 치킨 배달도 안 되는 시골에 둥지를 튼다.

변변한 자본도 없이, 이렇다 할 연고도 없이 ‘일단 난방비가 많이 안 드는 남쪽으로!’라는 기준 하나만 가지고 집 지을 땅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 그들 앞에는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까? 생각지도 않았던 시골살이 여정에서 그들은 낙관주의를 둘러쓴 낭만을 만끽하고, 생전 처음 겪는 불편함에 당황하기도 하고, 시골에 흔치 않은 젊은이인 탓에 쑥덕거림과 오해를 사기도 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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