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광주 야산에서 생후 2∼3개월로 추정되는 젖먹이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아기는 검은 비닐봉지에 담겨 수일 동안 방치됐다고 알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부천 한 다가구주택에서 30대 어머니와 어린 두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있던 방 안에는 극단 선택을 했다고 추정할 만한 흔적과 유서가 나왔다.

같은 달 인천에서는 두 살배기 아들을 사흘간 집에 혼자 두고 외박을 해 숨지게 한 어머니가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이들의 죽음이 보도되는 동안 통계청은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을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한국은 2013년부터 줄곧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 기준으로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었다.

통계가 나오는 해마다 1분기면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출산율 대책을 마련하려고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들은 집값 때문이라느니, 교육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느니 하며 나름 분석을 내놓는다.

이 시기에는 평소 인구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심각한 얼굴로 한마디씩 보탠다. 언론은 한술 더 떠 낮은 출산율 때문에 당장이라도 나라가 망할 듯이 위기감을 조성한다. 정부가 15년간 280조 원을 쏟아붓고도 실효성이 없었다는 질책도 빼놓지 않았다.

출산율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그토록 중요한 출산율이라면 왜 통계가 나오는 시기에만 관심을 쏟는지 의문이다. 과연 국민들에게 낮은 출산율이 위기로 다가가긴 할까. 숫자에 마음이 급해진 정부만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은 아닌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키워 내는 일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되묻고 싶다. 앞뒤가 바뀌었다는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앞에 나열한 아이들의 죽음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주간 출산율에 대한 분석과 대안 제시가 쏟아진 반면 그들의 죽음은 대개 하나의 사건으로 스쳐 지나갔다.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이 문제라면서 왜 태어난 아이들이 죽어야 하는지는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출산율을 논하기 전, 가임 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에 낳는다는 아이 0.78명과 부모가 살 만한 사회를 만드는 일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있는 아이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출산율이 낮으니 새로운 생명을 낳아야 한다는 말은 허공에 대고 하는 외침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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