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임창덕 농협 안성교육원 부원장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너는 그렇다고 대답만 하라는 것으로, 듣고 싶은 답은 정해져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요즘 챗GPT에 대한 얘기 없이는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장안의 화제(the talk of the town)다. 마치 다보스포럼에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를 관통할 때의 열풍과 유사하다. 질문을 던지면 바로 답을 내놓는 것을 보면 답은 정해져 있으니 인간은 선택만 하라는 듯하다. 이러다가 누구의 말처럼 인간은 원하는 답을 검색하고 이에 원하는 답에는 반응하는 기계의 애완견으로 전락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챗GPT 검색 주체는 인간이다. 빅데이터 분석 방식에 따라 결괏값을 보여 줄 뿐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고기를 낚는 낚싯대는 사람이 던진다. 즉,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래서 질문 역량이 더 요구되는 시대다. 그리고 질문을 제대로 해야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질문하는 사람의 의도나 심리 상태까지 파악하고 분석해 질문자가 원하는 맞춤형 답을 내놓을 날도 멀지 않은 듯싶다.

한편, 바로 답을 내놓는 시대에 지금과 같이 머리에 주입하는 교육 방식보다 질문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매번 똑같이 행동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이 있다. 지금 교육 방식은 암기식이나 주입식이다. 인간이 아무리 많은 지식을 습득해도 정보 저장량에서 인공지능을 넘어설 수는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 특이점)가 더 빨리 도래한 느낌이다. 앞으로 단순 암기 능력보다는 소위 4C라고 하는 소통(Communication), 협동(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eness),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통해 질문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교육하는 방식에서는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티칭은 지식 전달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면 코칭은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 등을 통해 스스로 답을 이끌어 내도록 돕는다. 일본 코칭의 대가, 에노모토 히데타케는 ‘모든 사람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해답은 모두 그 사람 내부에 있다’가 코칭 철학이라고 했다. 각자가 가진 다양한 내부 역량을 이끌어 내 인간의 자존감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앞으로 챗GPT와 같은 AI가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답은 정해져 있으니 인간은 선택만 해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사고능력을 옭아맬 개연성이 높다. 인간의 뇌는 원래 고민을 잘 하지 않는 인지적 수전노(Cognitive miser)다. 챗GPT로 인해 깊이 통찰하는 능력이나 상상하는 능력이 퇴화될 여지가 있다. AI와 같은 기계의 애완견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비판하고 질문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바른 질문을 하려면 더 많은 내면 성찰이 필요하다. 답은 세상에 널려 있다. 이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찾아 고민하는 시대가 도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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