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개봉 당시 관객·평단의 호평과 함께 높은 흥행 기록을 세운 작품이다. 이는 모두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작이기도 하다.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감독이자 흥행과 비평에서 높은 평가를 두루 받는 그는 세계가 인정하는 믿고 보는 감독이다. 그 중에서도 2001년 개봉한 ‘A.I’는 스필버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진지하게 건넨다.

먼 미래,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해 많은 국가와 도시가 물속에 잠긴다. 삶의 터전을 잃은 인류의 한쪽은 기아에 허덕였고, 다른 한쪽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산아제한을 시행했다. 이제 임신과 출산은 허가제로 통제됐고, 많은 일자리가 자원을 소모하지 않는 로봇으로 대체됐다. 다양한 목적으로 제작된 로봇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뛰어난 성능뿐만 아니라 외양적으로도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지점에 이르렀다. 

로봇 개발자인 하비 박사는 인간적인 감정을 지닌 로봇 개발을 다음 목표로 삼았다. 이 프로젝트는 아동형 로봇으로 고안됐는데, 임신이 통제된 사회에서 자녀 대용 로봇은 새로운 시장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시제품 데이빗은 성능 테스트 차원에서 모니카 부부에게 입양됐다. 데이빗이 낯설고 어색한 부부와는 달리 천진한 11살 소년 데이빗은 엄마를 잘 따르며 인간 세상에 그리고 부부의 아들로 빠르게 적응해 갔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고안된 아동 로봇은 처음 입양한 사람을 부모로 인식해 끝까지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됐다. 엄마를 따르는 데이빗의 모습에 모니카도 마음을 열고 데이빗을 자식처럼 대했다. 아이를 쓰다듬고, 챙기고, 보살피면서 다시 엄마가 된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데이빗 역시 그런 일상이 좋았다. 그리고 그 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친아들 마틴이 냉동 상태에서 깨어나 퇴원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진짜 아들이 돌아오자 대용품은 불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오해와 실수가 쌓여 미운 털이 박힌 데이빗은 결국 로봇 폐기장 인근 숲에 버려진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데이빗은 친아들 마틴처럼 진짜 사람이 되면 엄마의 사랑을 받을 거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일전에 엄마가 읽어 준 동화 피노키오를 떠올리며 인형을 사람으로 만들어 준 푸른 요정을 찾아 험난한 모험을 떠난다. 

영화 ‘A.I’는 사랑받기 위해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데이빗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SF철학의 오래된 화두와 함께 인간의 윤리적 책임을 탐구한다. 외형이 사람과 닮았다고 해서 로봇을 인간이라고 하진 않는다. 그러나 감정은 어떨까? 외형에 더불어 인간처럼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마저 지녔다면 둘 사이의 구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챗GPT 이슈 중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챗GPT가 쓴 논문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 까닭은 AI에겐 책임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형 A.I가 등장해 인류와 함께할 때, 인간이 갖는 윤리적 책임 문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반려동물이 소유물이 아닌 인간의 친구이자 가족이 됐듯 A.I도 필요에 따라 취했다 버리는 물건이 아닌 우리와의 공존을 생각해야 할 시간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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