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17분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한 ‘더 웨일’은 연인이 죽은 뒤 자신을 스스로 방치·학대한 끝에 272㎏까지 몸무게가 불어난 한 남자 이야기다.

간호사 친구 리즈(홍 차우 분)는 거대한 몸집 때문에 홀로 일어서기조차 힘든 찰리(브렌던 프레이저)가 울혈성 심장기능상실이라고 진단한다. 리즈는 이대로 있으면 일주일 안에 죽는다고 말하지만, 찰리는 건강보험이 없어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다며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다.

과거 야간학교에서 만난 제자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떠났던 그는 죽음을 앞두고 딸 엘리(세이디 싱크)를 집으로 부른다. 아빠한테 버림받았다는 상처는 다른 사람을 향한 분노를 감춘 엘리는 날 선 말로 찰리에게 상처를 주려고 하지만, 찰리는 "더 바랄 바가 없는 멋진 딸"이라며 엘리를 사랑으로 감싼다.

다른 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늘 달고 살면서도 자신에게는 극단에 가까운 폭식으로 해를 가하는 찰리, 상처받지 않으려고 남들에게 가시를 세우는 엘리, 유일한 친구인 찰리를 잃는 상황을 두려워하면서도 그의 곁에 있으려고 치킨·샌드위치 따위 음식을 계속 주는 리즈. 자신의 고통과 슬픔을 옳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이 인물들은 모순 같지만 인간의 삶이 지닌 의미를 고찰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브렌던 프레이저가 화려하게 복귀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작품이다. 영화 ‘미이라’ 시리즈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른 그는 촬영 중 생긴 부상으로 인한 수술, 할리우드 고위급 인사 성추행, 이혼 따위로 정신·육체 고통을 겪었다고 알려졌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은 브렌던 프레이저가 출연한 저예산 남미 영화 예고편을 본 뒤 그를 만나 캐스팅을 제안했고, 두 사람은 이 작품으로 ‘브레네상스(브렌던과 르네상스의 합성어)’ 시대를 열었다.

브렌던 프레이저의 연기는 보철 분장으로 만든 축 늘어진 가슴과 배, 퉁퉁 부은 다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의 커다란 눈동자는 생에 대한 의지와 더 이상 돌이키지 못한다는 자포자기 심정, 지나간 삶에 대한 회한, 딸에 대한 애틋한 사랑 들 찰리의 복합 감정을 담아내는 투명한 창 구실을 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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