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오늘은 대전 3·8민주의거 63주년이 되는 매우 뜻깊은 날이다. 

대전 3·8민주의거는 제4대 3·15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자유당 이승만 정권이 부정부패해 선거 부정을 저지르자 박제구(朴濟求, 대전고 대대장, 84세), 최정일(崔正一, 대전고 규율부장, 82세), 홍석곤(洪錫坤, 대전고 부대대장, 82세), 고 박선영(朴先榮, 대전고 운영위원장, 2018년 작고), 채재선(蔡載善, 대전상고 대대장, 85세) 등 혈기 왕성한 대전지역 고등학교 학생 1천600여 명(대전고 학생 1천여 명, 대전상고 학생 600여 명)이 경찰의 밀착 감시와 폭압적인 진압에도 불구하고 민주와 자유, 정의를 위한 순수한 열정으로 1960년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사흘간 자유당 독재정권의 횡포와 부패, 불법적 인권유린에 대항해 항거한 충청도 최초·최대의 학생운동이자 민주화운동이다. 

대전 3·8민주의거는 대구의 2·28민주운동, 마산의 3·15의거와 함께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받고 있어 역사적 교훈과 가치가 매우 크다. 그러나 2·28 대구민주화운동, 마산 3·15의거에 비해 저평가돼 2018년 11월 2일이 돼서야 충청권 최초로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3·8민주의거 정신인 자유, 정의, 민주를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정신문화운동으로 승화시키고, 3·8민주의거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전국적으로 홍보해 지역사회와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2023년 2월 20일 착공해 2024년 3월 8일 준공·개관할 예정인 3·8민주의거 기념관을 차질 없이 건립해야 한다.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 창운(蒼云) 김용재(金容材)회장의 증언에 따르면, 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동 367의 10 일원에 대지 1천482㎡, 건축면적 2천834㎡ 규모의 3·8민주의거 기념관을 5층으로 건립하기 위해 사업비 202억 원을 이미 확보했다. 그리고 전시할 역사자료와 콘텐츠를 의거 당시 참여한 학생들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금도 수집 중인데,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가 무려 40년이나 때 늦은 2000년에 와서야 사단법인으로 출범하는 바람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한다.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김영광(金英光)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3·8민주의거 기념관 지하 1층(914㎡)에는 주차장과 수장고, 2층(298㎡)에는 기계실, 지상 1층(532㎡)에는 라운지 겸 기획전시실과 세미나실, 지상 2층(563㎡)에는 상설전시실과 도서관, 지상 3층(534㎡)에는 사무실, 회의실, 소강당이 조성된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1960년 당시 현장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끼게 하려면 최근 메가트렌드(megatrend)로 각광받는 메타버스(metaverse)를 구현할 필요성이 있다.

3·8민주의거 기념관이 2024년 성공적으로 준공된다면 충청지역 역사문화 가치 발굴과 중부권 민주시민 교육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관광자원으로 활용돼 원도심 활성화와 직간접 고용 효과에 따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그리고 3·8민주의거 기념관은 3·8 민주정신을 대전정신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구심적 노릇을 하게 될 것이고, 한국 민주주의 요람으로서 구실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3·8민주의거가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됨에 따라 매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개최해 왔다. 8일 오전 10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는 대전 3·8민주의거 63주년 기념행사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장우 대전시장, 설동호 대전교육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3·8민주의거 주역과 임원진, 대전지역 7개 고등학교 학생과 애국시민 7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엄숙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그리고 대전시청과 교육청이 3·8민주의거 역사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체험형 콘텐츠로 전시관 구성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3·8민주의거가 ‘충청지역 최초의 민주화운동이고 국가기념일’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는 대전시민들은 아직 많지 않다. 오히려 3·8민주의거를 담은 지역 독립영화 ‘대전, 1960’이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국제영화제와 스페인 마르베아 국제영화제에 공식 경쟁작으로 선정되는 등 외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러 3·8민주의거 주역들은 역사의 뒤편으로 서서히 사라져 간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3·8민주의거의 위상과 정신은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져 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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