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세계 여성의 날’이 있는 3월에는 여성과 관련된 행사가 많다. 여성단체뿐만 아니라 기업체, 공공기관, 언론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세계 여성의 날이 태동한 데는 미국의 한 여성 섬유 노동자의 죽음이 기폭제가 됐다.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 노동자를 기리던 시위대가 분노로 폭발한 날이 1908년 3월 8일이다.

시위대는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고 외쳤다. 시위대가 달라고 외친 빵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여겨 저임금을 받아야 했던 여성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한 것이고, 장미는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에 대한 강력한 요구로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의미한다.

여성의 권익 향상은 큰 진전 없이 더디게 진행됐다. UN에서 1975년을 ‘세계 여성의 해’로 지정한 것을 계기로 여성의 권리와 존엄에 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탔다. 1977년에 들어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한참 뒤인 2018년 법정기념일로 공식 공표했다.

해마다 여성의 날이 되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 한동안 여성의 리더십 강연이 주목을 받았다. 남녀 구별 없이 오로지 능력만으로 경쟁하는 여성상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성의 평등을 위한 투쟁의 단계를 지나오면서 지금은 다양성에 눈을 떴다.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는 포용이 동반돼야 한다.

그동안 세계 여성의 날의 주제를 살펴보면 양성평등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 활동이 주류였다. 2017년 ‘변화를 위해 과감해져라’, 2018년 ‘시작은 지금이다:여성의 삶을 변화시키는 농촌과 도시 활동가들’, 2019년 ‘Balance for Better’, 2020년 ‘나는 세대 평등이다:여성의 권리를 실현한다’, 2021년 ‘여성 리더십:COVID-19 세계에서 평등한 미래 달성’, 2022년 ‘도전할 선택’이 중점 주제였다.

‘형평성을 포용한다(Embrace Equity)’. 2023년 세계 여성의 날 표제다. 양성평등에서 진일보한 주제다. 분명한 점은 형평과 평등은 다르다는 것이다. 평등이 ‘똑같이 공평하게’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모두에게 공평한 분배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형평은 각자의 특성과 차이를 존중해 주는 것으로 포용의 가치를 인지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하겠다.

세상에는 각양각색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데도 남녀로 나누는 이분법의 위력은 여전히 당당하다. 성평등에 대한 요구가 절실한 이유다. 성평등의 디딤돌은 무엇이고 걸림돌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2022년 세계 성 격차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국가 146개국 중 99위,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꼽혔다. 우리나라 여성은 건강과 생존 영역을 제외하면 경제적 참여와 기회, 교육적 성취, 정치적 권한 등 성평등 달성 수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았다. 소득에서도 남성보다 평균 31.1%나 적다.

근로환경에서 전 세계에 양성평등이 이뤄진다면 세계 총생산이 7조 달러가 늘어날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 7조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9천151조 원이라는 엄청난 액수다. 여성의 노동 참여와 경영진, 전문인력 비중이 남성과 같아진다는 가정 하에 예측한 총생산량 증가 금액이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는 남아 있다. 여성의 임금이 대략 남성의 80% 수준이라고 한다. 유럽연합 국가들에서 남녀 임금이 동등해질 시기를 조사했더니 2086년께는 돼야 한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성 격차를 없애는 데는 복잡하게 엉킨 사회적·문화적 인식을 바꾸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여전히 존재하는 암묵적 차별이 완전한 양성평등으로 정착하기까지 지난한 시간이 필요한 듯싶다. 

변화의 진전이 빨라져 더 나은 삶을 누릴 시기가 곧장 도래하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는 개인이 가진 다양한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먼저다. 조화로운 미래를 여는 여성성의 힘은 포용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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