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발표했다. 개정되는 부분은 근로시간 계산 단위가 주단위에서 월·분기·반년·연으로 단위를 다르게 해 노사가 합의로 선택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노사 합의에 따라 해당 기간에 평균 근로시간을 맞춰 일할 수 있게 되니 최저임금 제도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2018년 문재인 정부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확정한 것은 근로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러나 분야별 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제도라며 반발이 컸다. 

특히 영세한 현장에서는 기업도, 근로자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야간수당 등 시간외 수당으로 급여가 줄어들자 근로자는 시간제 일을 찾아 나서고, 사용자는 능숙한 근로자 대신 시간제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비용 투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 기간 늘어난 것이 자동화기기다. 인건비 감당을 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운영시간을 단축하거나 키오스크를 설치해 고용인력을 대폭 줄였다. 무인 단말기기로 주문하고, 로봇이 제작하고, 사람은 기기들이 하지 못하는 분야에 투입됐다. 

주 52시간 법정근로시간으로, 또 최저임금제로 우리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주 52시간제는 1일 8시간 1주에 최대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한다. 연장근로시간을 1주에 최대 12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개편되는 근로시간제도는 노사 합의로 관리단위를 정하고 총량으로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해 이를 특정한 주에 사용하도록 한다. 일주일에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년·연 단위로 총시간을 계산해 특정 시기에 몰아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근로자의 건강을 위해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이나 1주 64시간의 상한을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직된 근로시간을 조정해 선택과 집중을 할 여유를 주는 셈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우려하는 건 주당 최대 69시간의 장시간 근로가 고정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연장근로자에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고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4시간으로 제한해 자칫 주당 64시간, 69시간으로 고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신축적으로 근로시간을 몰아서 사용할 수 있어 납품시간이 급박한 경우 시간을 집중 투입한다는 점에서 사업장은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근로자는 몰아서 일한 만큼 몰아서 휴식도 취한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계획을 세워 볼 수도 있다. 시기적으로 폭증하는 업무형태를 가진 사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나 분명 악용될 소지도 있어 관리·감독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다양한 업종이 있는 만큼 근로 형태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경직된 근로시간제도의 시장 맞춤의 시작으로 보고 우리 근로문화도 변화를 수용해 보자. 다만,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 주장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내 분위기나 근로자 입지가 권리를 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대기업과 영세 기업의 근로복지 차이가 있듯 사업장마다 분위기가 있어 권리만 내세울 수 없는 처지가 존재한다. 변칙의 존재가능성은 관리와 감독의 필요성을 높게 한다. 따라서 개정하는 근로제에 업계 의견을 수렴해 지속 관리와 개선이 필요하다. 

과거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룩하던 시절 장시간 근로시간이 당연시 됐고, 일하는 시간을 단축하면 경제성장에 부정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주 5일 근무제, 주 52시간제 등 제도가 변화하듯 우리 주변 상황도 변화를 거듭한다. 기술과 산업 발전은 과거처럼 투입되는 노동시간이 아닌 기술과 효율의 품질을 고려하게 한다. 근로도 시간이 아닌 효율을 말해야 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질적 만족이다. 시간으로 근로자를 보는 것이 아닌 직무로 근로자를 보고, 고용제도의 근간인 근로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고려하는 시대의 요구만큼 근로자의 가치와 권리도 변화가 필요하다. 직무 능력을 기반으로 이동의 자유와 능력 개발의 라인을 열어 두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라도 일하도록 보이는 장벽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장벽도 제거해 줘야 한다. 다양한 근로가 존재하는 선진 문화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다양한 수요를 포용한다. 근무시간제 변화는 근로문화의 진화로 차원을 달리하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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