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현 인천지방법무사회 인천3지부장
이대현 인천지방법무사회 인천3지부장

망인이 1946년 4월 15일 사망해 시신이 토지주 밭에 접해 매장됨에 따라 망인의 분묘가 설치됐으며, 그 분묘의 사성(묘지 주위를 반달형으로 둘러 쌓은 둔덕) 일부가 토지주 밭 중 일부를 침범해 토지주가 침범 부분에 대해 망인의 상속인을 상대로 2019년 10월 8일 토지사용료(지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망인의 상속인은 위 분묘가 설치된 이후 70여 년 이상 분묘를 수호 관리했으며, 2000년 1월 12일 법률 제6158호로 전부 개정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의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이미 20년의 시효기간이 지났고(약 55년), 그 이전과 이후 분묘의 재축조가 되지 않은 이상 분묘기지권 성립에 문제가 없으며, 대법원은 "지상권에 있어서 지료의 지급은 그 요소가 아니어서 지료에 관한 약정이 없는 이상 지료의 지급을 구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할 때에도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대판 94다37912)라고 판시하기에 토지주의 지료 청구는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른바 분묘기지권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수한 조상 숭배 사상 관습법을 판례로 인정한 권리 형태로,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그 분묘기지에 해당하는 타인 소유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다. 관습법상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인정해 왔는데,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인정되고,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등기 없이도 성립한다. 또한 타인의 토지에 소유자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및 자기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토지를 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은 경우에도 성립한다.

이때 분묘기지는 봉분의 기저 부분뿐만 아니라 수호·제사에 필요한 범위에서 분묘기지 주위의 공지를 포함한 지역에 미치고, 사성이 조성돼 있다 해 그 사성 부분을 포함한 지역까지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인 경우 개별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분묘 중심 주변 토지 30㎡로 범위를 지정하는 하급심 판례도 있다.

이처럼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토지주의 재산권 행사에 장애가 발생하고, 토지주 승낙 없이 임의 설치된 분묘와 불법 묘지로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장사법이 개정·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장사법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후에 토지주 승낙 없이 설치된 분묘에 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대법원은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설치한 분묘에 관해서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오랜 기간 지속돼 온 관행 또는 관습으로서 여전히 법적 규범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이 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역사적·사회적 배경, 분묘를 둘러싸고 형성된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 관습법상 권리로서의 분묘기지권의 특수성, 조리와 신의성실의 원칙 및 부동산의 계속적 용익관계에 관하여 이러한 가치를 구체화한 민법상 지료증감청구권 규정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시효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 사람은 장사법의 시행일인 2001년 1월 13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하여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판전합 2017다228007)고 판시해 위 제기된 사안의 재판은 1심에서 분묘기지권을 가진 상속인이 승소했으나, 항소심의 변론 진행 중 위와 같이 대법원 판례가 변경됨으로써 재판부는 상속인은 토지주에게 2019년 10월 9일(소를 제기한 다음 날)부터 토지사용료를 지급하라는 상속인 패소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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