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 경영과 교수

새봄을 맞아 한중 양국의 정치권력이 급속도로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매년 3월이 되면 베이징에서는 연례행사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열리며, 이 양회(兩會:정협과 전인대)를 통해 중국 정부의 운영 방침이 정해지기 때문에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지난 10일 전인대에서는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주석이 표결에 참여한 2천952명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국가주석에 올랐다. 이는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최초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하지 못한 주석 3연임에 성공함으로써 당, 군, 정을 모두 장악한 명실상부한 1인 지배 체제가 완성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당 총서기,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되며 사실상 집권 3기를 시작했고, 이날 전인대 투표와 헌법 선서를 통해 국가주석에 공식 취임하면서 2028년 3월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기존의 중국 공산당 정치 권력은 3대 파벌인 태자당(太子黨), 공청단(共靑團), 상하이방(上海幇)이 권력을 분점했다. 그러나 이번 전인대를 통해 태자당이 완승을 하고, 특히 태자당의 시 주석과 꽌시(인연)를 맺은 시자쥔(習家軍)이 중국 최고의 정치권력 집단임을 공식화했다. 시 주석에 이어 서열 2·3·4위 자리인 국무원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을 모두 차지해 결국은 태자당이 중국 20기 중앙위원회 권력을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이로써 한때나마 중국을 이끈 쌍두마차로서 시진핑과 리커창의 투톱 체제는 쓸쓸히 막을 내렸다. 비운의 2인자인 리커창은 조용히 퇴장하는 대신 시진핑의 예스맨인 리창 총리의 등장으로 이번 양회는 그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시자쥔이란 시 주석이 청년 시절 하방(下放, 지식인을 노동현장으로 보냄)했던 지역인 산시성(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勛)전 부총리의 고향임) 출신과 시 주석이 푸젠성·저장성·상하이시에서 일할 때 부하로 근무한 이들로서 시 주석의 든든한 정치적 자산이다.

한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당선 직후부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을 시작으로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가정보원, 법무부, 금융감독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보훈처 등 20여 개 기관에 검찰 출신 인사들을 중용했다고 한다.

각 부처에 파견된 현직 검사를 포함하면 최소 70여 명이 공직사회 전반에 포진했다고 나타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민식 국가보훈처 처장 등 장·차관급 인사만 13명에 달했다. 이 같은 인사의 공통점은 윤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보인다.

불과 윤 정부 출범 1년 만에, 정부 출범 때부터 제기돼 온 검찰공화국이란 우려가 현실화되는 듯하다. 당선 1년 만에 공직사회 도처에 검사들이 자리잡고, 검사동일체의 강고한 조직 논리가 국가 운영 시스템에 투영되는 모습이다. 인사 추천부터 검증·임명까지 공직사회 인선 과정을 검찰 출신들이 모두 장악하면서 합리적인 토론과 외부 견제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에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배타성·폐쇄성은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낙마라는 인사 참사로 더욱 부각됐다. 문제는 이 같은 검찰 만능주의 인사가 현재 진행형이며 미래에도 당분간 계속되리라 예상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내년 4월에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됐다. 내각을 장악한 검찰 출신들이 입법부로도 대거 자리를 옮기리라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한중 양국에서 특정 정치집단의 권력 독점 혹은 편중은 그 사회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은 자명하다.  다양성이 사라지고 경직성이 심화돼 궁극적으로는 그 사회의 지속가능한 건강함을 잃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훗날 역사가 한중 양국의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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