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2023년 중국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에서의 방점은 ‘무리한 성장 대신 체질 개선’이었다고 한다. 시진핑 3기 시대를 열며 중국 경제의 성장 규범과 한계성에 대해 이제는 자신들의 잣대로 재단하고 성취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의 의도가 깔렸고, 주변과의 관계 설정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리라 본다. 글로벌이라는 세계화가 지고 자국우선주의가 대세인 시대가 된 것이다.

3월 3일 한국신용평가 ‘스페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일반기업, 공기업, 금융회사가 발행한 ESG채권이 70% 급감했다고 조사됐다. 42조2천754억 원으로 2021년 52조3천35억 원보다 감소했다. 특히 공기업, 금융회사보다 일반기업의 감소가 70.3%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 공급망과 금리변동성, 시간, 절차, 개념 수용도에서 ESG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판단된다. 

ESG라는 거창한 구호성 개념에 너무 매몰돼 주변 질서와 문화, 정서에 합의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획일적인 추진(hard skill)이 이뤄진다는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반대로 주변과 질서정연한 동반성장과 공감대를 이루며 개별적 문제 해결 차원에서 다뤄지는(soft skill) ESG 경영이 점차 실효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결국 국제기구, 정부, 기관, 협회, 단체라는 보이는 것과 개별 기업, CEO, 종사자들의 기업 경영 철학이나 의식체계 같은 보이지 않는 것의 잣대가 동일 선상에서 고려돼야 하는 논점이 생겼다. ESG 경영에 대한 현실적 인식의 경중(輕重)과 선후(先後)가 이 지점에서 고찰되고 변곡을 가져오며 한쪽으로 쏠림 방지가 될 것이다. 

ESG 경영 전도사였던 프랑스 다농그룹 ‘파베르’ 회장이 자의 반, 타의 반 형식으로 물러나게 되자 많은 언론과 경영계에서 관심이 집중했다. 그가 추진한 ‘탄소감축 경영전략’으로 인해 매출 부진과 주가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 최대 식품회사 ‘에비앙’과 ‘다농’의 ESG 관련 이야기다.

기업의 이윤이 아니라 기업의 미션이 중요하다는 경영방침을 발표하면서 주주 이익과 사회적 가치는 충돌했다. 누가 더 중요하고 누가 덜 중요한 그런 접근이 아니다. 본질은 기업의 이윤 창출이고, 그 다음이 상호 조화를 이루는 가치 창출이어야 함을 분명하게 보여 준 사례다.

ESG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기업 주변에서,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경영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처음부터 ‘보고서’니 ‘평가등급’이니 하며 하드스킬의 잣대를 들어 접근한다. 주변이 온통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옷을 걸쳐 보라고 권한다.

중소기업 ESG 경영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들 간 가치 충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CEO와 구성원 간 상호 존중이 바로 ESG 경영의 본질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진짜 힘 존중의 문화를 키워 가면 그 자체가 경쟁력이고 ESG 경영이 된다.

CEO의 경우 직원이 모두 내 마음 같을 것이라는 전제는 중요하지 않다. 다름을 먼저 인정하고 소통하며 공감대를 확산시키면 될 일이다. 문화, 분위기, 경영철학, 주변과의 질서정연한 관계자산 확보 같은 보이지 않는 경영전략에 주력하라는 뜻이다.

수익도 많이 올리고 환경을 중시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는 일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렇더라도 최소한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 경영 그 자체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존중받고 명분을 보호해 주는 일이 먼저다. 

이쯤에서 ‘무리한 성장 대신 체질 개선’이라는 중국발 ESG 화두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ESG 경영은 ‘넘치면 채우고 모자라면 채우라’는 체질 개선을 말한다. 재무적 성과가 부족해 수익, 매출이 여의치 않으면 혼신의 힘을 다해 그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환경에 관한 인식도가 떨어져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을 보장받지 못할 듯하면 직원들과 소통하고 교육하며 질적 관심도를 높여 가야 한다. CEO의 철학이다. 나누고 배려하는 사회적 가치 역시 일상에서 매순간 직원들과 함께 꿈꾸고 도전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역시 CEO의 철학이고 책임이다.

정도경영은 당연히 CEO의 몫이고 역할이며 권한이고 의무라고 본다. 어려운 시기 중소기업 ESG 경영 차원에서 이러한 해결점은 구성원 상호 존중하는 힘(The power of respect)이 기반이 되면 그 자체가 ‘보고서’이고 ‘평가등급’이다. 이러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ESG가 흔들린다고 전제하며 ESG법 제도화, 기본법 도입까지 이야기한다. 이러한 접근 전략과 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단 중소기업 경영에 대한 존중, 그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의 힘으로 주변을 가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주변과의 질서 파괴는 그 자체로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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