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숙 인천시 연수구 동물보호팀장
홍현숙 인천시 연수구 동물보호팀장

최근 길고양이 정책을 둘러싸고 온·오프라인에서 날선 공방과 논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사업)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된다.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 수술을 하고 재방사하는 사업으로, 번식으로 유발되는 소음과 방역민원, 개체 수 조절을 이유로 전국적으로 추진 중이다.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세운 예산액은 7억8천만 원이었으나 2022년부터는 연간 34억여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된다. 인천시도 2022년에는 2억8천여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연수구도 2018년도 945만 원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3천675만 원, 2023년에는 4천100만 원으로 증액 편성해 길고양이 360마리 중성화를 목표로 한다. 올해 연수구에서만 국·시비 포함 7천200만 원이 쓰이는 셈이다.

이 예산이 다른 국가 살림에 비하면 크지 않으나, 논란이 되는 지점은 금액이 아닌 실효성이다. 대다수 지자체는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추진하기에 예산액과 수술 횟수만으로 사업의 실효성을 평가하기 어렵다.

연수구도 2021년도 대비 2022년도 TNR 건수가 많은 이유는 길고양이의 증가라기보다는 예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년도에는 TNR 대상 신청 수가 많아 4월께 예산이 모두 소진됐으나 사업비가 증액된 2022년도에서야 한 해 동안 신청된 개체 수를 모두 지원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단지 예산 증액 편성만으로 TNR 사업의 효과를 논할 수는 없다. 

또한 전년 대비 수술 횟수가 줄었다고 해서 길고양이 개체 수 자체가 줄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TNR 참여 활동가가 돌보지 않는 개체 수는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TNR 사업이 효과적이려면 75% 이상의 개체를 중성화해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TNR에 참여하는 돌봄 활동가들만큼이나 먹이만 주는 활동가나 일반 시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먹이를 주는 것은 쉽지만 TNR 후 회복까지 돌보는 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먹이와 은신처가 풍부할수록 번식 속도는 증가하며 군집도 커진다. 그럴수록 중성화를 해야 할 대상과 비율이 늘어난다. TNR이 동반되는 책임감 있는 돌봄에 대한 사회 요구가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제까지 TNR 사업에만 의존해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예산 투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업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채 TNR 사업을 지속해야만 할까? 정책이나 사업 효과가 없거나 미미한 경우 일몰제를 통해 중단하고 더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 건 세금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정부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인천의 TNR 사업도 올해 6년 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길고양이 개체 수 변화와 현황, 관련 타당성을 입증할 자료는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간 타 지역에서 이뤄진 국소적인 조사로는 충분하지 못했다는 의견과 함께 길고양이의 계속적인 이동과 외부 유입 등의 변수를 통제할 수 없어 신뢰도 있는 조사가 어려운 현실도 있다.

그럼에도 TNR 사업의 효과를 정확히 가늠하기 위해 광역 단위에서 사업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기준과 요소에 대한 전문적인 검토와 세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객관적인 데이터와 자료를 통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TNR 사업의 실효성 여부를 확인하고, 그 지속 여부와 효과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촉구되는 시기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