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덕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안전관리팀장
이종덕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안전관리팀장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60년대와 1970년대는 밤을 지새우고 휴일을 잊은 채로 일하는 근면·성실이 노동자의 큰 덕목 중 하나였다. 이 시기는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곤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조금은 나아졌으나 여전히 일이 우선시되는 기업문화로 노동자의 안전보건은 종종 희생을 당했다.

시간이 흘러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사회 이슈화되면서 요즘 분위기는 안전과 건강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바뀌었다. 결국에는 2018년 화력발전소 압사사고나 2020년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와 같은 큰 인명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사회분위기는 급변했고,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 아래 급기야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에 대한 최종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1월 전격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재해가 발생하면 CEO는 물론 기업체에도 처벌 수준이 매우 강하게 적용돼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더욱 심각한 건 기업 이미지 추락으로 지속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게 됐다.

건실한 기업도 중대사고 등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의 명운이 왔다 갔다 하는 시대가 됐으며, 이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안전경영이 필수·핵심 목표로 자리잡아야 할 때가 왔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 CEO가 안전경영을 위해 가져야 할 중요한 몇 가지 사항을 제언해 보고자 한다.

첫째, CEO의 확고한 안전 마인드다. 기업 대표가 어떤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의 비전이나 목표는 그 방향에 역점을 두고 나아간다.

CEO의 안전 마인드가 중요한 이유는 기업 대표가 가진 안전경영 실천에 관한 확고한 의지와 철학이 노동자의 안전의식을 제고시키고 기업의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안전보건경영방침과 목표를 세우고 안전성과를 평가에 반영하는 등 안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강한 신념을 선포해야 한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의 큰 배경에는 CEO가 안전에 관심을 갖고 안전경영을 앞장서 추진하라는 뜻이 담겼다.

둘째는 안전인력 확보와 예산의 최우선 배정이다.

안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며, 이런 필수 요소 없이 안전경영을 독려와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다. 안전사항을 점검·개선하고 또 안전시스템을 구축해 예방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려면 인력과 예산이 필수인데, 인력 강화와 예산 배정은 사실상 CEO의 의지와 뜻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앞장서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다.

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에서 추락, 끼임, 폭발 등 안전사고가 한번 일어나면 인적·물적 피해가 크게 발생하기 쉽다. 안전사고 예방의 핵심은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을 미리 찾아내 제거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CEO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안전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작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장의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데 앞장설 때 기업의 실질적인 안전이 실현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안전문화 조성에 힘써야 한다. 안전은 안전관리부서 등 안전과 관련한 몇몇 조직이나 사람들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다.

"안전보건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이 말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와 함께 작업자 스스로도 안전규칙을 지키고 실천하는 의무를 다할 때 재해를 예방한다는 뜻이다. CEO부터 사업현장 노동자까지 전 직원이 안전에 관심을 갖고 적극 참여하는 기업 안전문화 조성이 매우 중요한데, 이 또한 CEO의 솔선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운 시기에 우리 기업들의 고충이 늘어간다. 부디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 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시길 기원하며, 산업재해 없는 건강한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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