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남이 

코미디 / 15세 이상 관람가 / 98분

종복원기술원에서 보호하던 쌍둥이 반달곰 웅남이와 웅북이가 가출한 지 100일째. 연구원 복천(오달수 분)은 위치추적기 신호를 따라간 끝에 산속 동굴에서 아이 하나를 발견한다.

아이 정체는 웅남(박성웅). 100일간 동굴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사람이 됐다. 복천 부부가 친아들처럼 키운 웅남은 25살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란다. 웅남을 발견할 당시 동굴이 무너져 내리면서 행방이 묘연했던 웅북(박성웅)은 우연히 국제범죄조직 보스 정식(최민수)의 눈에 띄면서 그의 양아들이 돼 정학이란 이름으로 살아간다.

개그맨 박성광이 연출한 첫 상업영화 ‘웅남이’는 단군신화를 모티프로 한 코미디다. 두 형제는 쌍둥이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탓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전직 경찰인 웅남이 국제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한 공조 수사대에 합류하게 되면서부터는 서로 쫓고 쫓기는 대립 관계에 놓인다.

영화의 주된 웃음 코드는 사람이 된 웅남이 여전히 곰의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엄마 경숙(염혜란)이 아들을 ‘사람답게’ 살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겨울철 잠에 빠지는 웅남에게 찬물을 끼얹는 장면, 웅남이 민가로 내려와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멧돼지들의 군기를 잡는 장면이 대표 격이다.

곰 특성을 활용한 설정은 주인공의 캐릭터성을 강화하는 데도 큰 몫을 한다. 웅남은 계곡에서 맨손으로 팔뚝만 한 물고기를 척척 잡아내고, 타고난 신체 능력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더구나 뛰어난 후각은 경찰 재직 당시 음주운전자를 속속들이 잡아내며 ‘교통계 에이스’로 활약하도록 만든 일등 공신이다. 이 같은 설정은 다소 터무니없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다만, 한 편의 콩트를 보는 듯한 시퀀스가 맥락과 무관하게 자주 등장한다는 점, 극 중·후반부에는 신파 요소가 주된 정서를 이룬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22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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