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갯벌을 막아 아파트 짓고 다리 놓은 일을 막을 수 없다면 가능한 최소화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세계의 화두가 되면서 우리도 준비 없는 탄소중립 선언에 뛰어든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경유차를 줄이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에너지 연구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무 심기 못지않게 갯벌의 정화 작용과 보호 작용은 그동안 노력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갯벌은 지구의 모든 생물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지구의 허파이며, 지구 산소의 70% 이상은 숲이 아닌 바다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식물플랑크톤이 바다에서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내는데, 갯벌 흙에는 1g당 수억 마리의 식물플랑크톤이 있어 결과적으로 같은 면적의 숲보다 더 많은 산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우선 갯벌은 생물 서식지를 제공하며, 바다에 유입되는 오염물질 정화에 탁월하다. 거기에 해안가 퇴적으로 천연 방파제를 만드는 효과도 있으며 바다의 수질 정화에 기여하고, 홍수 등으로 인한 육지 보호 기능까지 많은 정화 작용과 보호 작용을 한다. 

갯벌의 퇴적층은 거름종이처럼 오염물질을 걸러 낸다. 이렇게 걸러진 물질은 갯벌에 사는 각종 동식물에 의해 분해·정화된다. 우리나라 갯벌의 정화 능력은 전국 하수종말처리장의 처리용량보다 1.5배 정도 크다는 조사 연구도 있다. 

최근에는 갯벌이 생태 체험을 할 수 있는 관광지 노릇도 톡톡히 해낸다. 많은 사람들이 철새를 조망할 수도, 조개를 직접 캐 보며 다양한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땅임을 체험하는 장소로 발전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녀가는 만큼 훼손 우려도 있는 만큼 갯벌 체험을 할 때는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배우는 교실 밖 교육 현장으로 변화하고, 성숙된 시민 의식을 기대해 본다. 하나 더, 갯벌은 맑은 공기와 습기를 유지해 주며 심미적 기능을 한다. 갯벌의 정화 작용과 보호 작용을 알지 못하던 시기에 연안습지가 훼손되고 개발 논리에 밀려 무차별한 매립이 시작됐다.

탄소중립은 간단하게 두 가지로 제안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든가 흡수량을 늘리는 방안이다. 갯벌이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한다는 점에서 흡수량을 늘리는 것이다. 육지에서는 울창한 숲이 이산화탄소를 광합성한다면, 바다 갯벌에서도 염생식물, 해조류, 해초류 그리고 식물플랑크톤과 미세조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잡아먹고 흡수하며 알게 모르게 탄소중립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로 전 세계가 다시 주목하는 ‘한국의 갯벌’. 우리 갯벌을 가꾸고 복원하고, 또 갯벌에 갈대와 같은 탄소 흡수력이 뛰어난 염생식물을 많이 심는 일부터가 우리나라 탄소중립 실천을 앞당기는 한 가지 해법이다.

세계 학계는 벌써 20년 전 갯벌 가치가 숲의 10배 정도, 농경지의 100배에 이른다고 전한다. 이러한 갯벌과 보조 세트인 염생식물 칠면초를 심어 갯벌 훼손을 줄이고 자정 능력을 높이는 시도로 기후 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을 해양학자들과 환경론자들은 꾸준히 주장하고 노력 중이다. 

1년에 색깔이 7번 변하고 7개 얼굴을 가졌다고 해서 이름 붙은 칠면초는 가을이 절정이어서 ‘바다의 단풍’, ‘갯벌의 붉은 카펫’이라고 한다. 소금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로, 오염물질을 정화하거나 탄소를 흡수하고, 한방에서는 뿌리를 제외한 식물 전체를 약재로 사용(해열 효과)하고, 비빔밥에 식재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기후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으로 가족이나 지인들과 갯벌에 칠면초를 심거나 뿌리면서 환경보호에 동참하고 교실 밖 체험교육, 거닐면서 자연을 답사하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한다면 갯벌에 도움을 주는 칠면초 심기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이 가장 쉽지 않을까 싶다.

10월 초 강화나들길 16코스(서해 황금들녁길), 10월 중순 강화나들길 11코스(석모도 바람길) 칠면초 군락지에서 황금 들녘을 감상하며 지구온난화를 늦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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