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동북부의 열악한 교통인프라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택지개발 물량의 상당 부분이 경기 동북부에 있지만, 열악한 교통인프라는 서울시와 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만든다.

남양주시가 대표격이다. 다산신도시, 별내지구, 진접지구 개발로 최근 10여 년간 인구는 폭증했지만, 서울로 가는 도로엔 변화가 없다. 오죽하면 10분이면 진입하던 강변북로가 정체가 심할 경우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1년 전 개통한 진접선은 지역에 단비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서울까지 접근시간을 확 줄인 데다, 막히는 길 짜증내며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양주 철도 네트워크의 중심, 진접선을 만나본다.

진접선 이용자점검.
진접선 이용자점검.

#서울 접근성 증대

3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왕숙신도시나 양정역세권개발사업 같은 굵직한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하면 남양주시 인구는 더욱 폭발할 듯이 증가할 전망이다.

시민들이 교통기본권을 잃고 출퇴근 할 때 겪는 교통난이 심각해질 도리밖에 없다. 군사시설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상수원보호구역 따위 각종 규제가 겹겹이 쌓인 점도 서울과 근접한 지리상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요소다.

시민들의 광역교통 인프라 욕구가 절실한 이유다. 다행히 1년 전 진접선이 개통하면서 조금은 숨통이 트였다. 진접선 복선전철은 국가가 시행한 광역철도로, 수도권 동북부지역의 서울 접근성 개선이 핵심 가치다.

서울지하철 4호선을 진접읍까지 14.9㎞ 연장한 노선으로, 차량기지 건설비를 포함해 사업비 1조4천192억 원을 들였다. 2012년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2015년 노반공사를 착공한 뒤 10년 만인 지난해 3월 19일 정식 개통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진접읍에서 당고개까지 버스로는 1시간, 승용차로는 30분이 걸리지만, 진접선은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버스로 2시간 넘게 걸리던 서울역은 52분이면 도착하는데, 승용차와 견줘도 18분을 절약한다.

진접선은 왕복 기준 평일 158회, 휴일 118회 운행한다. 출·퇴근 시간대 평균 10∼15분 간격이고, 나머지 시간은 20분 간격이다. 개통한 뒤 1년간 평균 이용객은 하루 2만6천여 명이다. 지난 1년간 시민 945만4천여 명이 진접선을 이용해 이동한 셈이다.

진접선 역사
진접선 역사

#지속가능한 모델

진접선은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로 거듭나려고 지난 1년을 보냈다. ‘광역철도사업 업무처리지침’에는 도시철도 연장형의 경우 건설과 운영을 지방자치단체 책임 아래서 추진하도록 규정하지만, 진접선은 국가에서 건설한 철도다.

별내선과 그 밖에 철도는 광역지자체인 경기도가 건설했다. 철도운영은 분야별 연계 효율성과 안전성 확보가 기본인 만큼 승무, 관제, 시설유지보수, 역무 들 복잡·다양한 분야를 짜임새 있게 연계해 하나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대개 단일기관에서 운영을 비롯해 모든 업무를 담당하지만, 진접선은 당초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차이가 나는 구조로 출발했다. 최근 개통한 하남선은 서울교통공사에 운영을 전체 위탁하는 반면, 진접선은 핵심업무인 승무, 관제, 차량유지보수만 서울교통공사가 담당한다. 역무와 역사유지보수 업무는 남양주도시공사에 맡겨 시에서 직영한다.

이는 시가 진접선 운영비를 아끼려고 고민한 끝에 건의한 철도운영 모델이다.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개통한 뒤 현재까지 서울교통공사와 원만한 협업을 이어간다.

진접선의 숨은 효과는 ‘운영비 절감’이다. 철도 운영업무 일부를 담당해 철도운영기관의 높은 운영비(인건비와 경비)에 효율을 꾀했다.

철도운영은 시설물 존치까지 40년 이상 이어진다. 별내선 개통과 9호선 들이 예정된 남양주시에서 지속가능한 모델로 정착할 경우 예산절감 효과를 최대할 높이게 된다.

더욱이 서울교통공사에서도 철도 업무 일부를 지자체에 맡김으로써 인력관리에 효율을 꾀하고 노선 연장에 따른 노사 갈등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진접역 힐링공간.
진접역 힐링공간.

#‘배차 간격’ 문제

진접선은 그동안 열차 지연과 진접행 열차의 당고개 회차를 비롯해 수많은 민원을 낳았다.

지연운행 관리와 회복운전을 위한 열차를 운행할 때 당고개 회차를 지양하라고 요청했지만, 중장기로 볼 때 셔틀열차 운행과 출퇴근 시간 배차간격 조정을 검토하는 일이 절실하다.

배차간격은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다. 배차간격이 10∼15분으로, 4호선(오이도∼당고개)이 2.5분인 점과 비교된다. 지난해 8월 심야 연장운행으로 6회(상·하행 각 3회)를 추가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남양주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열차 추가 투입에 따른 운영비 증가문제를 풀어야 하기에 쉽지 않다. 이용수요에 따른 한정된 운임수입과 연간 250억 원에 이르는 손실부담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조정은 어렵다.

오는 2026년 진접읍 금곡리에 건설 중인 차량기지가 완공되고, 왕숙신도시 들이 입주를 시작하는 시점이 되면 지금보다 나은 이용 환경이 조성되리라 기대된다.

남양주시와 관계기관이 합동점검,
남양주시와 관계기관이 합동점검,

#진접선 1년, 무엇이 변했나

시는 먼저 할 만한 일부터 착실히 개선했다. 배차간격이 긴 만큼 시민들이 승강장에서 대기하는 시간 역시 길어지기에 벤치 2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진접역 ‘선큰광장’엔 ‘휴(休) 가치’를 담은 역사 속 안식처를 제공하려고 플랜테리어를 적용해 힐링공간도 마련했다. 시는 별내별가람역 지하 2층에도 시민을 위한 벽면녹화 실내정원을 조성하는가 하면 휴게공간을 늘려 더욱 친숙한 이미지로 시민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더구나 지난해 7월 ‘숨쉬기 좋은 공간’ 실내공기질 인증을 받은 데 만족하지 않고, 지하 역사 공기질 개선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시는 다음 달부터 이동이 불편한 교통약자가 안전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역무원이 직접 이동을 지원하는 ‘원스텝 헬프서비스(가칭)’를 준비 중이다.

어린이에게 역사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철도안전을 홍보하려고 ‘어린이 역사 안전체험’도 기획 중이다.

철도시설 내 안전사고를 막고 철도안전을 강화하려고 올해 ‘사고 인식 스마트 레이더(영상이 아닌 레이더 주파수 신호를 기반으로 동작을 파악하는 시스템)’를 설치하고, 역사 내 사각지대를 발굴해 폐쇄회로(CC)TV 55개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철저한 안전관리’는 진접선의 자랑이다. 시는 역사 안전을 관리하려고 철도안전 관리체계 운영·유지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사상사고가 발생하면 초기 대응과 사고처리를 위한 ‘철도안전 사상사고 처리 매뉴얼’도 정립했다. 공동관리기관과 정시 합동점검으로 사각지대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요소를 발굴해 꾸준히 개선하는 중이다.

경찰·소방처럼 유관기관과 합동훈련을 함으로써 시민이 더욱 안전한 진접선으로 거듭나려고 진화하는 단계다.

합동 훈련
합동 훈련

#진접선 미래와 의미

진접선은 더 편리하고 빠른 ‘남양주시 철도 네트워크 완성’을 위한 마중물이다.

시 교통여건은 계속 발전한다. 2024년 별내선(암사∼별내·8호선 연장)이 개통 예정이고, 별내선과 진접선을 연결하는 연장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 중이다.

GTX-B노선과 강동하남남양주선(9호선 연장)도 계획 중이고, 철도망을 완성하면 진접선을 이용해 서울지역으로 이동하는 일이 도드라지게 개선된다.

단순히 선을 그리는 차원이 아니라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이 남양주 철도의 미래다. 결국 진접선은 남양주 철도네트워크를 완성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가장 핵심적인 구실을 담당하는 셈이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사진=<남양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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