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사업 (PG) /사진 = 연합뉴스
남북협력기금 사업 (PG) /사진 = 연합뉴스

지자체나 민간이 스스로 대북 인도주의 사업을 추진하는 기반이었던 ‘대북지원 사업자 지정제도’가 날개도 펴지 못한 채 꺾였다. 인천시도 대북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의미가 사라진 만큼 다른 교류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계산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과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이는 민간 차원에서 활발하고 투명한 대북지원 사업을 유도하려고 1999년부터 운영한 대북지원 사업자 지정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이 뼈대다.

제도를 폐지한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대북지원 사업자 수가 지나치게 증가해 제도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남북교류 의지와 역량이 증가하면서 2019년부터는 당초 법인·단체뿐 아니라 지자체도 대북지원 사업자 승인이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달 기준으로 지자체만 243곳, 그 밖에 단체도 150곳을 지정한 상태다.

시 역시 지자체 지정이 가능해진 2019년 대북지원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대북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지자체는 인천시를 비롯해 서울시와 경기도뿐이었다. 당시 시는 민간단체에 위탁해 대북지원을 모색했던 당초 방식은 물론, 시 차원에서도 독자 대북지원이 가능해진 만큼 평화도시로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할 일이 생긴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같은 해 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쪽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의 대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또 북쪽이 물품 전달사업과 같은 ‘일방 차원의 시혜 지원’을 꺼리면서 인천뿐 아니라 모든 대북지원 사업자의 교류 추진이 쉽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대북지원 사업자를 지정한 뒤 시가 추진한 대북지원은 없다.

시는 최근에도 대북지원 환경이 급변하고 정부가 관련 정책을 손보는 만큼, 시 차원에서 남북 관련 시정을 추진하려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정부가 이번 대북지원 사업자 지정제도 폐지에 앞서 지자체 의견 수렴 과정도 없었던 터라, 마냥 다음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시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에서 아무리 목소리를 내고 관련 사업을 앞장서 이끌려고 해도 남북 정부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실상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며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남북 교류가 열리는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이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찾겠다"고 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