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9.11 테러 이후 전개된 미국의 대테러 전쟁으로 와해된 조직지도부 공백을 `새 피'로 수혈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10일 보도했다.

신문은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알-카에다 통신 전문가 모함메드 나임 누르 칸으로부터 입수한 컴퓨터 기록과 e-메일 주소 및 각종 문건을 분석한 결과 알-카에다의 상위조직원들이 체포되거나 사살되면 그 자리를 하급조직원들이나 새롭게 충원된 조직원들이 채워온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수개월간 선거운동 과정에서 알-카에다 지도부의 대부분이 사살되거나 체포됐다고 말해 왔지만 이번에 확보된 새로운 증거들은 알-카에다 조직이 새 피를 수혈해 재건에 나서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칸의 체포와 관련해 정보브리핑을 받은 관리 2명의 말을 빌어 "알-카에다 최고 지도부의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오사마 빈-라덴이 직접 또는 측근인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통해 어느 정도 알-카에다 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관리들은 NYT와의 회견에서 "테러공격 작전이 아닌 통신 분야의 책임자로 보이는 칸과 알-카에다 최고위층 사이의 중간조직 구조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증거들은 알-카에다가 칸과 같은 통신전문가를 활용해 최고 지도부의 지시를 영국, 터키, 나이지리아 등지의 하부 조직원들에게 암호문으로 전파하는 등 단일 지휘 및 통신 체계하에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아프간 전쟁 이후 거의 와해된 알-카에다가 하부조직들을 느슨한 형태로 재결합하려는 것으로 테러 전문가들은 파악했지만 실상은 알-카에다가 예상외로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면서 9.11 테러 이후 체포된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와 같은 현장 지휘부를 메운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신문은 빈-라덴과 그의 `오른팔'로 불리는 자와히리의 소재와 관련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접경 지역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7월 알-카에다가 미 본토 공격을 위협했을때 미 당국은 빈-라덴이 이 위협을 지시한 것으로 믿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문은 미 행정부 관리들의 말을 토대로 알-카에다 지도부에서 빈-라덴의 정확한 역할은 여전히 베일이 싸여 있다며 그는 9.11 테러 이후엔 구체적인 테러공격 계획을 짜는 데 적극적으로 간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어 "빈-라덴은 가끔 추종자들에게 미국 공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통해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을 지키려고 노력해 온 것 같다"면서 "최근 수개월 사이 빈-라덴은 공격계획 입안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입김을 행사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보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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