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이선신 한국법치진흥원 이사장

지난 달 23일 헌법재판소는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일명 검수완박법)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는데, ‘수사권은 검찰에 독점으로 부여한 권한이 아니다’는 요지다. 이 결정이 나오자 여기저기에서 매우 격앙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헌재의 결정은 궤변의 극치, ‘민우국(민변·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연구회) 카르텔의 반헌법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들에 관한 권한쟁의 사건’ 청구인 중 한 명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재 결정은 존중한다"면서도 "(입법 과정에) 위헌·위법이 있는데도 (법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공감하긴 어렵다"고 했다.

여당과 정부(법무부), 일부 언론들이 헌재 결정에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판이나 헌재 존재 의의 자체를 부정하는 식의 비판은 과도하다고 본다. 한 장관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헌법 해석상 검찰 수사권은 헌법상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독단이고 그릇된 해석에 기초한 주장’으로서 애초부터 헌재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즉,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체가 무리했다. 간략히 살펴본다.

첫째, ‘문리해석’ 측면에서 보자. 법 해석이란 기본으로 ‘문리해석(文理解釋 : 법문을 구성하는 어구나 문장의 뜻을 문법 규칙과 사회통념에 따라 상식 선에서 언어 용법에 의해 확정하는 해석방법)’에서 출발한다.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규정의 문언(文言)에서 확인하듯 헌법에서는 ‘검사 영장신청권’만 규정할 뿐이고 그 어디에도 ‘수사권이 헌법상 검찰 권한’이라고 명기한 바가 전혀 없다. 초·중·고 학생들에게 "헌법에서 영장신청권 말고 수사권까지 검사 고유권한으로 규정하냐"고 물어보더라도 100이면 100명 모두 "아니다"는 답변이 나올게 뻔하다.

둘째, ‘논리해석’ 측면에서 보자. 논리해석(論理解釋)이란 법을 이치에 맞는 방법에 따라 의미와 내용을 확정하고 해석하는 방법이다. 즉, 법문의 문구·문장의 문법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법전 전체에 대한 짜임새 있게 이치에 맞는 연관성에 입각해 법 제정 목적과 법적용의 결과와 합리성을 고려해 법문이 가지는 일관된 의미를 이치에 맞는 방법으로 확정하는 해석방법이다.

한 장관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헌법에 검사의 영장신청권이 규정된 사실을 근거로 (영장 신청은 수사를 전제로 이뤄진다면서) 검사의 수사권도 헌법상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법·형사법 개정의 연혁·취지를 살펴보면 이 주장은 ‘과도한 확장해석’이며 논리로도 받아들일 지 못한다는 점이 명약관화하다. 이번에 헌재도 이러한 주장을 근거 없는 견강부회식 해석이라고 봤다(논리필연성 결여).

영장신청권은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헌법에 도입’했지, 검사 수사권을 전제로 인정한 부분은 아니다.

헌재는 과거에도 이런 취지의 결정을 여러 차례 내놓았다. 1997년 8월 21일, 2008년 1월 10일, 2019년 2월 28일, 2021년 1월 28일 결정에서 "행정부 안에서 수사권과 소추권의 자세한 조정·배분은 헌법사항이 아닌 ‘입법사항’"임을 반복해서 확인했다. 따라서, 한 장관을 비롯한 청구인들은 (헌재의 종전 결정사례를 참작하면) 자신들의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요컨대 그들의 주장은 법해석론(문리해석·논리해석)에 전면 배치되는 무지·무능·무모함에서 나온 셈으로 망신을 당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 장관은 무리한 심판 청구와 제반 상황(시행령 개정)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함이 합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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