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개구리’ 고양 캐롯과 ‘완벽한 1위’ 안양 KGC인삼공사가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맞붙는다.

김승기 감독이 지휘하는 캐롯과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인삼공사는 13일 오후 7시 인삼공사 홈인 안양체육관에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5위 캐롯은 4위 울산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치른 6강 PO에서 마지막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시리즈 전적 3-2 역전승을 거두고 올라왔다.

구단 자금난, ‘주포’ 전성현의 돌발성 난청에 따른 전열 이탈 등 여러 악재를 똘똘 뭉치는 응집력으로 이겨 내고 ‘하위 팀의 반란’을 이뤘다.

인삼공사는 프로농구 사상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정규리그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1위’를 달리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해냈다. 프로농구 역대 3번째 사례다.

김승기 감독이 인삼공사를 8시즌이나 이끈 인연이 있어 승부는 더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인삼공사에서 정규리그 1위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2차례씩 이룬 김승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허재 캐롯 대표의 부름을 받아 팀을 옮겼다.

그런데 인삼공사와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은 인삼공사 전삼식 단장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KBL에서 ‘경고’ 징계를 받기도 했다.

캐롯 이정현과 인삼공사 변준형의 ‘가드 대결’도 관심을 끈다.

변준형은 김승기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리그 정상급 가드로 성장했고,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베스트 5’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련해진 변준형의 경기 운영 덕에 인삼공사는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변준형은 정규리그에서 평균 14.1득점 5어시스트를 올렸다.

김승기 감독은 올 시즌에는 캐롯에서 프로 2번째 시즌을 맞은 이정현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이정현은 PO에서 잠재력을 폭발했다. 평균 24점을 책임지며 전성현의 빈자리를 메웠다.

이정현은 6강 PO를 마친 뒤 "다들 우리가 이번 시리즈에서 안 될 거라고 얘기했는데, 선수들이 똘똘 뭉쳐서 4강에 올랐다"며 "인삼공사가 워낙 강한 팀이지만 6강 PO처럼 열심히 뛴다면 승부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큰소리쳤다.

변준형은 P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만화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빌려 "난 천재니까 ‘전국 제패’를 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캐롯이 인삼공사를 꺾는다면 창단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된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첫 시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르는 역사를 쓴다.

프로농구 원년을 제외하면 창단·인수 구단이 4강 PO에 오른 적도 2001-2002시즌 전주 KCC, 2003-2004시즌 인천 전자랜드(현 대구 한국가스공사)에 이어 올 시즌 캐롯이 3번째에 불과하다.

인삼공사는 2020-2021시즌 이후 2시즌 만의 챔피언 복귀에 도전한다.

대진표 반대편에서는 정규리그 3위 서울 SK가 2위 창원 LG와 맞붙는다. 1차전은 14일 오후 7시 창원체육관에서 치러진다.

정규리그 순위는 LG가 높지만 SK가 다소 유리해 보이는 형국이다.

SK는 KCC와 6강 PO를 3전 전승으로 끝내 체력 부담이 크지 않다. 오히려 실전 감각을 유지한 상태라 LG보다 유리할지 모른다. 2차전 15점 차, 3차전 16점 차를 따라잡고 잇달아 역전을 일궈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더욱이 김선형과 자밀 워니의 ‘원투 펀치’가 매섭다. 이들은 각각 국내·외국인 선수 정규리그 MVP를 수상했다.

반면 LG는 전력의 50%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던 빅맨 아셈 마레이가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정규리그 리바운드 1위(12.5개)인 그의 공백은 매우 크다.

LG로서는 대체 선수로 불러온 레지 페리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페리는 공수 모두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마레이와 달리 공격에 좀 더 치우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다.

마레이에 이어 팀 내 득점 2, 3위인 이재도(13.4점), 이관희(11.3점)의 활약 여부와 더불어 국내 선수들이 얼마나 궂은일을 잘해 주느냐가 키포인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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