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3일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중장거리급 탄도미사일은 고체연료를 처음 사용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발사 다음 날인 14일 첫 고체연료 사용 ICBM 시험발사 사실을 조선중앙통신을 이용해 공표한 데 이어 시험발사 영상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 빠르게 공개하며 고체연료를 이용한 새로운 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엔진 시험 성공으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 대응 전략과 방안이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다. 북한은 앞으로 비행거리와 제어기술을 점검하는 추가 실험으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전력을 구사하리라 예견된다.

고체연료 방식은 연료 주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액체연료와 달리 사전 주입으로 신속한 발사는 물론 순간추력도 높아 기습적이고도 위협적인 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지면서 우리 군의 한국형 3축 체계가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 당국이 최근 강조해 왔던 3중 체계 중 ‘킬체인’에 치명적이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의 사전 징후를 포착해 선제 대응하는 ‘킬체인’과 공중에서 탐지해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3축 체계’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을 막는 데 필요한 시간 단축이 급선무로 떠오르게 된 셈이다. 나아가 한미 당국에는 기존 확장억제 수단과 실행력의 재평가와 함께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대비한 방어체계를 재점검해 향상시켜야 하는 공동 과제가 주어졌다.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 범위를 확대하려는 정황은 계속 포착됐지만 지난해 말 고체추진 엔진의 지상 연소 실험 후 불과 넉 달 만에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한미 군당국은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과 미국은 14일 북한의 고체연료 추진 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미국 B-52H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와 연계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해 강력한 확장억제 의지를 과시했다. 15일에는 한국·미국·일본이 3년 만에 안보회의(DTT)를 개최하고 미사일방어훈련과 대잠전훈련 정례화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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