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신미송 국제PEN한국지부 인천지역 부회장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면서 저작권의 날이기도 하다. 4월 23일로 지정된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축일 ‘세인트 조지의 날(St. George’s Day)’에 남자는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책을 선물하는 전통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날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세인트 조지의 날’이 되면 연간 장미꽃 판매량의 40%가 이날 판매되고, 27억 원 정도의 돈이 책값으로 지불된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국제출판인협회가 스페인 정부를 통해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에 ‘세계 책의 날’을 제안했다. 출판업 호황을 기대한 상술이지만 독서를 권장하는 날이라 기념할 만하다.

러시아가 제안한 저작권의 개념을 합쳐서 1995년 유네스코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제정했다. 이날을 계기로 유네스코는 독서와 출판을 장려하고 제도적으로 저작권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유네스코는 2001년부터 ‘세계 책의 수도’도 선정한다. 인천광역시가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인천’에 선정돼 다양한 독서·출판 관련 행사를 진행했었다. 소설 쓰는 동인 6명이 「인천, 소설을 낳다」라는 제목으로 소설집을 발간하기도 해서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독서의 해’를 맞아 이날을 ‘책 드림 날’이라고 정했다. 책으로 행복한 마음을 전하는 책 선물 문화 정착을 위해 추진한 행사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념일 이름 ‘책 드림’은 ‘책을 드린다’라는 뜻과 영어 ‘Dream’으로 풀이돼 ‘책에서 꿈과 소망, 희망을 찾는다’라는 뜻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도서관, 학교, 지자체, 유관기관은 이날을 전후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한다. 가까운 지역 도서관을 찾아가 책과 관련한 풍성한 경험을 해 보면 좋을 듯싶다.

우리는 책과 멀어지는 시대에 산다. 영상이나 인터넷 매체에 빠져 책을 펼쳐 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성공학 강의를 하는 강연자들은 부와 명예를 거둔 성공한 사람들을 독서광이라고 소개한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오프라 윈프라, 마윈, 일론 머스크 등등 익히 아는 이름을 들먹인다. 오래 사는 것도, 새로운 시대 변화를 감지하는 변화 민감도도, 지위와 부를 거머쥐는 성공도, 건강을 지키는 것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도, 심지어 숙면을 위해서도 인쇄된 책을 읽어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독서 시간을 조사해 봤더니 한국인이 꼴찌라는 신문 기사를 봤다. 한 사람이 한 주 동안 독서에 투자하는 시간을 조사한 통계 발표다. 문맹률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에 할애하는 시간이 가장 적었다는 통계가 당혹스러웠다. 예상 밖의 결과다. 인도가 무려 10시간 42분으로 1등을 차지했고 태국, 중국, 러시아, 스웨덴,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지나 가장 맨 밑에 있는 한국은 3시간 6분으로 나온다. 하루 30분만 투자해도 20~30쪽을 읽고, 1년이면 40~50권의 책은 읽는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해 준다.

유럽 어느 소도시 시골 마을에서 마주한 인상 깊은 장면이 떠올랐다. 햇살 좋은 공원 벤치에서, 골목길 나무 밑에서, 노천카페에서 책을 읽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을 목격하고 감동했다.

멀리 갈 필요없이 집 주변 야외 어디라도 좋다. 햇살 고운 이 계절에 책 한 권 들고 나와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자. 책의 날이 있는 4월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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