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 변호사
한재웅 변호사

최근 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영환 의원은 드문 지역구 청년 정치인이며 소방관 출신이라는 경력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아 왔다. 그는 정치권의 고질적인 병폐를 느꼈으나 이를 극복하지 못한 개인적인 한계를 통감했고 결국 본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소방관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권력에 취하지 않고 본인의 소명을 찾아 나서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수의 기성 정치인은 본인들 아니면 대한민국이 무너지기라도 할 것처럼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귀한 청년 정치인이 더 뜻을 펼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아쉬움이 깊다.  

우선, 그가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한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오영환 의원은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의 잣대로 삼으려 한다"라고 하면서 "오로지 진영 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해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명으로서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라고 자책했다. 오영환 의원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 정치권의 고질적인 문제는 토론과 협상이 실종되고 갈수록 진영논리만 극단화돼 간다는 점이다.

게으른 정치인들이 정치적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상대방을 비난하여 반사적인 이익을 얻으려고만 한 결과이다. 국민들에게 ‘적극적인 선택’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나를 선택해 달라는 ‘부정적 선택’ 전략을 펴고 있다. 두 거대 정당이 이념이나 국가 비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지도 못하면서도 역사적 상처를 이용하기 위해 서로 "빨갱이", "친일파"로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바빠 국민들의 눈을 어둡게 한다. 정치인들이 이 모양이니 각 정당의 비판적 지지자들은 떨어져 나가고 ‘팬덤’만 남아 훌리건화되고 있다. 더 문제는 내부적인 이견이나 비판을 "내부 총질"로 간주해 백안시할 정도로 당내 민주주의 수준도 땅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오영환 의원도 당내 문제에 대해서 비판했다가 "초선 5적"으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과거 우리나라 독재정권은 남북대립 상태를 이용해 일상적인 ‘국가 위기 상태’를 조장해 정권을 유지시켰다. 그 때 독재정권과 북한이나 지금 기성 정치권이나 모두 ‘적대적 공생관계’라는 점에 다를 게 없다. 하루속히 정치가 발전하고 선진화돼 국민들의 삶에 도움 되는 역할하기를 염원할 뿐이다.

오영환 의원 불출마 선언을 보면서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대의제 민주주의와 선출직 정치인에 관한 문제이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고대 아테네에서는 모든 사람이 통치에 필요한 능력이 같다고 전제해 공직자를 선출할 때도 능력에 따라서 차등을 두기보다는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을 선택했다. 반면, 플라톤은 철인(哲人)정치라는 개념을 통해서 철저하게 교육을 받고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이 정치를 주도해야 한다고 봤다.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면서 ‘프로 정치인’의 필요성을 부인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 현대 대부분의 나라는 정치인에 대해서 능력과 전문성을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모든 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통치에 있어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능력만으로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은 민주주의 고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본래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다양한 세대와 영역에서 공직자들이 선출되는 것은 바람직하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 여러 번 선출되는 것도 좋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영환 의원의 등장과 퇴장은 이상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치인들의 많은 문제가 알맞은 때 스스로 물러나지 못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많은 정치인들은 본인이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고 은퇴하면 나라가 큰일 난다고 생각하는데 일반적으로 아무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정치를 너무 오래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오영환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통해서 기성 정치인들도 한 번쯤 되돌아보고 길을 정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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