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용종교 밑에 노인 낚시꾼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낚시 금지구역에서 낚시한다는 따가운 시선에도 무료한 일상을 달래려는 취지라며 하천 오염 주범으로 지목받은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27일 오전 10시께 인천시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용종교 밑에 노인 낚시꾼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낚시 금지구역에서 낚시한다는 따가운 시선에도 무료한 일상을 달래려는 취지라며 하천 오염 주범으로 지목받은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일부 양심이 없는 낚시꾼들 탓에 우리처럼 소일거리 삼아 낚시하는 노인들까지 안 좋게 비쳐져 안타깝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는 낙이 없어."

27일 찾은 인천시 계양구 서부간선수로 용종교 아래에 나이 지긋한 A씨가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서부간선수로는 1924년 김포평야에 한강물을 관개용수로 공급하려고 폭 10여m에 길이 12㎞에 걸쳐 판 농업용 용수로다.

수로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어서 한국농어촌공사 김포지사가 관리하고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낚시행위를 단속한다. 하지만 수시로 하는 단속에도 낚시꾼들은 모여들었고 그만큼 민원도 덩달아 늘어났다.

민원 다발 장소임을 증명하듯 다리 난간에 낚시행위를 금지한다고 적은 커다란 펼침막을 내걸었다. 낚시금지 펼침막 바로 밑에서 낚시하는 모습이 불편한 듯 지나는 주민들 눈초리도 따갑다.

인근에 사는 주민 B씨는 "낚시꾼들이 하천 경관도 해치고 쓰레기도 버려 다 쫓아내면 좋겠다"며 "낚시금지 펼침막이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실제 처벌하지는 않고 노인들이 재미로 하는 낚시다 보니 계도 위주로 단속한다"고 했다.

낚시꾼 C씨는 "당연히 불편한 시선을 느끼죠. 그래서 더욱 낚시한 자리를 깨끗이 치우고 주변 쓰레기도 줍고 하지만 어쩌다 한 두 명이 버리는 모습을 보고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며 가져 온 가방 안에 담은 쓰레기를 내보였다.

실제 이날 둘러 본 용종교 주변은 쓰레기가 눈에 많이 띄지는 않았다. 일부 비양심 낚시꾼들 탓에 오해를 산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현실은 불법인 데다 낚시 인구 천만 시대에 비례해 해양오염도 늘어나는 추세라 인천지역 안에서 합법으로 낚시할 곳이 점점 줄어든다.

인천시가 지난해 2월 하천 안 낚시와 야영·취사 금지지역 확대를 고시하면서 아라·굴포·공촌·심곡천 상당 구간을 포함한 데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하천까지 더하면 웬만한 하천에서는 낚시를 못 한다.

C씨는 "돈도 없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멀리 떨어진 낚시터에 갈 형편이 안 된다"며 "여기서 친해진 노인들과 소소한 얘기를 하면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고 했다.

김동현 인턴기자 kd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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