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한세대학교 겸임교수
박진호 한세대학교 겸임교수

communication은 ‘함께’의 라틴어 com과 ‘도와주다, 조달하다’의 munire가 합쳐져서 이뤄진 ‘소통’의 의미가 있는 말입니다.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려면 소통이 필요한데, 현재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소통이 필요한 시기로 보입니다.

고대 그리스는 도시국가라 공동체끼리 뭉쳐야 살 수 있다는 의식이 투철했습니다. 그리스가 당대 최고 제국이던 페르시아의 파상공격에도 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리스인들은 국가가 위기에 빠지면 부자들은 돈을, 학자들은 리더십을, 상인들은 물자를, 일반인들은 몸 바쳐 싸웠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국가 위기 시 각자의 소중한 것들을 내놓아 상생하는 것이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했습니다.

커뮤니티가 잘 유지되려면 개인 간 정보 교환이 무척 중요합니다. 도시국가인 그리스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정치 지도자를 뽑을 때 그 사람의 인품, 리더십 자질 등에 대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우선시 했습니다. 좋은 리더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기에 시민들은 후보자 정보를 철저히 공유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들은 ‘아고라’, 로마인들은 ‘포럼’이라고 부르던 광장문화가 발전하고, 모여서 개개인이 가진 정보들을 나누며 활발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서로 정보를 ‘조달’하는 행동이어서 점차 community의 동사형인 communicate라고 부르게 돼 오늘날까지 ‘소통하다’로 쓰이게 됐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지적 수준과 인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모든 표현 방법은 상대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이긴 하나 사회생활에서 말과 대화 없이 문자와 기호, 그림만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대화는 사회생활의 최고의 도구입니다. 사랑의 증거도 대화에서 나옵니다. 사랑이 식어 가는 사이의 첫째 증거는 대화가 줄어들고 서로 이야기하는 일이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대화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할 수 있습니까?" 제자들의 이 질문에 소크라테스가 대답했습니다. "말을 잘하는 최고의 비결은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상대의 호감 있는 언어를 찾아서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해야 매력을 느끼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됩니다.

공자는 이 같은 사실을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설명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이 소통의 원리는 그대로 유효하게 적용됩니다.

한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과자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과자를 사러 가면 금액에 맞게 개수를 헤아리며 봉지에 넣었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는 매우 좋은 의식과도 같은 설렘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로운 과자가게가 생겼고 아이들은 앞다퉈 그 가게로 몰려갔습니다. 그런데 몇 주 후 다시 할아버지 가게로 몰렸습니다. 할아버지는 궁금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관찰한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새 가게 판매원의 외모는 아이들이 선호하는 예쁜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많이 가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돈을 내면 과자를 한 줌 넣은 다음 과자가 10개 남을 때까지 봉투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 냈습니다. 이 소녀는 할아버지보다 매력적이라 생각해서 당분간은 아이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할아버지에게로 달려가게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과자를 봉지에서 다시 집어내는 따위의 행동을 하지 않고 더 넣어주는 방법을 이용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새 가게에서 과자를 살 때마다 과자를 빼앗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나, 할아버지 가게에서는 뭔가 덤을 얻은 듯한 느낌이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커뮤니케이션은 같은 값이면 상대가 배려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시도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10분만 있어도 두 사람의 심장박동 속도가 같아집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은 진정으로 내가 배려받는 최고의 방법인 셈입니다. 우리 사회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천을 기울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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