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이경자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9년간 전국 4년제 대학 인문계 학과는 962개에서 807개로 155개(16%)가 줄었다. 반면 공학계열은 2012년 1천333개에서 2021년 1천446개로 113개(8.5%)가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계열별 학과 증감은 기술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최근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여 주는 것이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정보통신 분야다.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해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 속도와는 비교도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일어난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형 IT 플랫폼들의 시장지배력이 점점 확대되고,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까지 겹쳐 산업 각 분야에 IT 수요가 나날이 급증한다.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개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지원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과 정책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이런 추세와 맞물려 인문사회계열 인력이 독점하던 분야도 이공계열 인력을 선호해 문과 출신 인력들이 설 자리가 특히나 더 좁아진다. 대학의 휴학생 통계를 보면 인문계열 휴학생이 타 계열보다 많다. 소프트웨어 분야 취업문을 두드리기 위한 준비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소프트웨어 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취업시장 진입을 위해 문과학생을 포함한 비전공학생들이 코딩을 필수 스펙으로 배우지만 실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전공별 분류에서 인문사회·예체능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4.7%, 2021년 4.5%에 불과했다. 인문사회·예체능을 전공한 인력들은 왜 코딩을 배워도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진입하기 힘들까?

수요가 많음에도 진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비전공자의 경우 소프트웨어 스킬을 배운 정도의 실력으로 이 분야에 진출하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경쟁자들 중에는 이미 개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많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많아서 비전공학생들이 경쟁에서 밀리는 것이다. 경쟁력을 갖추려면 기본적인 소프트웨어 스킬과 더불어 개발경험 등 추가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가 아니어도 비전공자가 IT를 통해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이터 분석 능력을 함양할 수도 있고,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방법론을 습득해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를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래픽디자인,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의 디자인 도구와 기법을 학습해 창의적으로 디자인 능력을 확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계열과 전공을 막론하고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2025년부터 초·중학교의 소프트웨어 수업 시간이 지금보다 2배가량 늘어나는 것도 이런 시대상을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대학에서 보편 교육으로서의 코딩교육은 소프트웨어 스킬에 집중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컴퓨팅 사고력 기반으로 해석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본인 전공에서 IT를 융합할 능력을 키우고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문해력을 높여 협업을 수월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챗GPT가 코딩을 하는 세상이 됐다. 개발자가 되기보다는 미래 기술을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을 높여서 코딩을 도구로 활용해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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