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호 인천광역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의원
박창호 인천광역시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의원

노동절의 역사는 18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시카고에서 21만 명의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열악한 노동조건을 규탄하는 총파업에 나섰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하게 되고, 국제사회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5월의 첫날을 국제노동절(May-Day)로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나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떠오른 여러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들은 지식인·대학생·노동자 등 사회 각계각층이 각성하는 계기가 됐고,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와 노동약자에 대한 두터운 사회적·법적 보호망 제공을 위한 수많은 정책적 시도와 노력이 있었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노동환경은 분명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노동조건 개선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 어젠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유독 선원·항만 종사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우리나라 경제를 뒷받침하고 수출입 화물의 99.7%를 담당하는 해운·항만산업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회·경제적 역할이 막중함에도 불구하고 사회·가정과 장기간 격리돼 거친 바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선원들은 사회적 관심과 지원, 보상 등에서 늘 소외돼 왔다. 어디 그 뿐인가. 높은 업무 강도를 요구하는 해양·항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됐다.

최근 6년간 항만하역 노동(항만 내 육상하역업·항만운송부대사업) 재해자는 1천578명이었으며, 이 중 사망자는 39명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 220명(사망자 3명), 2018년 268명(12명), 2019년 274명(5명), 2020년 278명(5명), 2021년 367명(9명), 2022년 6월까지 171명(5명)으로 증가 추세임을 알 수 있다.

항만 자동화와 노동자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와 사고재해가 증가하는 원인은 바로 미흡한 안전점검과 안전교육 부재에 있다. 다시 말해 컨트롤타워 부재가 이유였다.

예컨대 2021년 평택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숨진 고(故) 이선호 씨의 안타까운 사고 역시 현장에서 장비 정비에 따른 안전사항이 제대로 교육되지 않았고, 무거운 장비를 다루는 작업 반경 주위가 통제되지 않아서 생긴 사고였다.

이선호 씨 사망 이후 항만안전특별법이 제정됐으나, 법률 제정만으로는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 해양·항만산업처럼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장의 목소리에 즉각 반응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것과 동시에 육상노동자에 비해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해상노동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다각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선원 소득 비과세 지원’, ‘내일채움공제제도’ 등을 신설해 가정과 사회와의 장기 단절 생활과 선원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고, 아울러 선원법 조항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근로조건을 완화하는 등 해상노동자들의 복지 체감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

해양대학교의 필요성 또한 강조하고 싶다. 인천지역에는 인천해양과학고등학교와 인천해사고등학교를 비롯해 선원들을 위한 학교가 다수 위치한다. 그러나 단기 연수처럼 실무 감각을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보다 수준 높은 교육과 전문적인 선원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대학교가 필수다.

올해는 대한민국 근로자의 날 50주년이 되는 해다. 해양·항만노동자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열악한 노동환경에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생을 마감할 수 있음에도 항만으로, 바다로 나아간다.

가족들은 오늘도 가장이 무사히 퇴근하기만을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출근하는 아들의 모습이 생전 마지막 모습이지 않을까 걱정한다. 노동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해양·항만 노동자들의 ‘Mayday(선박·항공기의 국제 조난 신호)’에 우리 사회는 과연 언제쯤 응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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