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이다. 5일 어린이날과 8일 어버이날, 21일은 부부의날로 기념한다. 단순히 가족들을 위한 기념일이 많다고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5일은 세계가정의 날이다. 1993년 UN이 건강한 가정을 만들려고 모든 구성원들이 적극 노력하자는 취지로 이런 날을 만들었단다.

의미를 전혀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5월은 손꼽아 기다리는 달이었다. 등교를 하지 않는데다 선물을 받는 어린이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이 가까워 오면 부모님과 조부모님이 올해는 어떤 선물을 주실지 기대에 부풀었다. 어린이날 즈음 만나는 친척들이 주시는 용돈도 기쁨 중 하나였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5월이 반갑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면서 생겨나는 책임으로 어깨가 무거워지면서부터였다. 

어린이날은 이제 무언가를 받기보다는 주는 날이 됐다. 눈을 빛내는 조카를 보노라면 무엇이든 해 주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얇은 지갑이 떠오른다. 

어버이날 또한 카네이션 한 송이와 삐뚤빼뚤 쓴 카드로 족했던 옛 시절과 달리 봉투부터 준비하는 일이 당연해졌다.

스스로 아직 경제 여유가 부족해서인가 하면서도 이 즈음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기자만의 고민은 아닌 듯하다. 

5월에 각종 기념일로 인한 지출이 많아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메이포비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5월을 뜻하는 ‘메이’와 공포증 ‘포비아’를 합친 말이다.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가정의 달 외식비 부담이 늘었다는 소식도 줄줄이 나온다. 여유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가장 현실과 가까운 고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달의 의미가 지출 부담으로 반감된다. 이 정도면 가정의 달을 취지대로 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창한 선물과 멋진 식사 없이도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떠올리자면 해가 지나고 남는 무언가는 주고받은 선물이나 용돈이 아니라 따뜻한 밥상에 둘러앉아 웃었던 소소한 기억이다. 

그 소중한 순간에 더 집중한다면 서로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하지 않을까. 더 좋은 가정을 만들려고 고민하는 날들로 이달이 가득 차기를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