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참 요상하다. 화가 쉽게 치밀다가도 한순간에 가라앉는다. 문제는 바쁜 현대인들은 이런 상황을 몇 번씩 반복하면서 영혼이 너덜너덜해진다는 사실이다.

위험에 처한 자식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바라보면 좋으련만, 인간의 마음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다 문득 꿈에서 본 상황에 황급히 눈을 떠 아이들 방으로 간다. 가슴이 철렁하다 못해 몸 밖으로 탈출할 듯싶다. 그렇게 꿈속의 가르침에 감사하다.

상황은 한 아버지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시작한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는데 아이는 나오지 않고, 직장에 늦을까 초조해진 아버지는 기다림에 기분이 안 좋아진다.

드디어 나온 아이건만, 영겁의 시간을 기다린 듯 아버지는 화가 치밀기 시작한다. 그러다 버스는 도착하고, 아버지는 자신도 덩달아 서둘러야 함에 결국 터져 버린다. 한데 웬걸, 버스정류장이 이다지도 멀단 말인가. 결국 버스를 놓친 아버지는 횡단보도에서 망연자실하면서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다 둘째가 맞은편 횡단보도에서 급히 계단을 내려온다. "건너오면 안 된다. 계단에서 뛰다 넘어지면 다친다"며 소리를 지르는 아버지의 눈앞에서 아이가 결국 넘어지고 만다. 아이의 상처에 가슴이 찢어진 아버지는 혹여 아이가 횡단보도를 건널까 손짓하다 왕복 4차로 도로를 질주하는 차 행렬 속으로 뛰어든다.

인간이 화를 내는 요인을 다룬 책을 보면 억울할 때보다 자신의 본심을 들켰을 때 가장 크게 분노한다고 한다. 자기 방어기제가 작동한다는 얘기는 핑계에 불과하고, 그저 추한 자신의 그릇된 머릿속을 상대가 모르게 하려고 가식을 부린다.

틀린 말은 아니다. 기자도 익히 알던 바고, 바보 같은 행동에 반성을 되풀이하기 일쑤니까. 더구나 아이들의 순수함에 어른의 잘못이 비춰졌을 때 창피함을 모면하려고 화를 낸다. 그런 스스로가 혐오스러울 만큼 밉지만 이내 합리하다고 스스로 우긴다. 자식을 위한 일이라는 거짓말을 숱하게 반복하며 오늘도 부모들은 자신의 본심을 숨긴 채 살아간다.

잘못을 했을 때 자신을 위한 가장 올바른 선택은 바로 ‘사과’다. 상대를 막론하고 그냥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자신의 영혼도 구제 받는다. 쉬워 보이는데 쉽지 않다. 자신은 공명정대한 인간이고 싶으니까. 자신은 당당해야 하니까, 주변인에게 상처를 주는 데 익숙하다.

그래도 한 번 생각해 보자. 자식을 바라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미안함에 솔직해지는 삶이 더욱 속 편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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