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재외동포청 유치에 성공하며 1902년 제물포항에서 떠나보낸 재외동포들이 121년 만에 다시 인천 품으로 돌아왔다. 사진은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에 전시된 멕시코로 건너간 이민자들이 사용했던 수레. /연합뉴스

1902년 인천 제물포항에서 떠나보낸 재외동포들이 121년 만에 다시 인천 품으로 돌아왔다. 8개월간 벌인 재외동포청 유치 도시는 결국 인천으로 결론 났다. 인천시는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려고 지난 2월 관련 법안이 통과한 뒤 지역사회와 함께 인천 유치 분위기 조성에 총력을 다했다.

시의 노력으로 유럽과 우즈베키스탄, 하와이, 홍콩, 라오스, 대만, 카자흐스탄, 미국 한인 단체가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를 공식 지지하면서 전 세계 재외동포가 인천 유치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함께 시민운동본부 출범과 주민단체, 정계·학계·종교·문화계 지지 선언, 인천시의회와 군수·구청장 지지 결의를 비롯해 지역사회도 한마음 한뜻으로 인천 유치에 동참했다.

#‘원팀’으로 일군 재외동포청

시는 재외동포청 소재지를 인천으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정책 수요자인 재외동포 처지에서 있는 그대로 판단한 결과라고 본다.

우선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한 우수한 광역교통망을 갖춰 재외동포가 가장 편리하게 방문하는 지역이라는 점은 시가 재외동포청 유치 활동 내내 강조했던 최대 경쟁력이다. 또 전국 최대 규모 경제자유구역, 재외동포 전용 거주 단지, 국제학교와 같은 글로벌 인프라를 갖춘 데다, 1902년 최초 이민자 121명이 떠난 근대이민 역사의 출발지라는 상징성도 인천이 재외동포청 최적지인 요소들이다.

이와 함께 재외동포 사회의 연이은 지지와 지역사회의 전폭 지원도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에 결정할 만한 영향을 미쳤다고 파악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인천은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출발지이자 대한민국 미래면서 재외동포를 위한 원스톱 서비스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환경을 갖춘 최적지"라며 "재외동포청과 함께 명실상부한 1천만 도시로서 세계 초일류도시 추진 동력을 만들어나가는 한편, 인천을 재외동포 비즈니스 허브이자 재외동포 가치 창조 거점으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700만 재외동포에게 ‘오세훈(서울시장)·김동연(경기도지사)’ 없고 ‘유정복(인천시장)’ 있다?

약 8개월간 벌인 재외동포청 유치전은 정치인 ‘유정복’에게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더구나 앞으로 정치 행보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유치전을 벌이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동연 경기도지사보다 더 부각된 인사가 바로 유정복 인천시장이기 때문이다.

유 시장은 취임한 뒤 재외동포청 설치를 본격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유 시장은 시도지사 최초로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갖고 정부·국회의 문을 연일 두드리며 재외동포청 인천 설치를 호소했다.

또 호주, 유럽, 하와이, 홍콩을 직접 방문해 인천 유치 당위성을 설명하고 재외동포의 지지를 요청했다. 재외동포들에게는 유정복 인천시장을 각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더욱이 재외동포청 유치는 정치인 ‘유정복’에게도 큰 정치 자산이 될 전망이다. 박빙의 선거가 있는 경우 정치인 유정복은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2022년 대선이 대표 사례다. 이들 재외동포 중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는 22만6천162명(제20대 대선 기준)으로 전체 선거인 수의 0.475% 차지한다. 당시 대선은 득표 차가 약 25만 표로 초박빙을 펼치면서 당락을 결정한 점을 고려하면 재외동포 표심 향방도 중요하게 됐다.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 떡고물은 정치인 ‘유정복’이 묻힌 셈이다.

#인천 내 유치전 본격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와 함께 지역에서도 본청 유치를 두고 혈안이다. 연수구, 서구, 중구가 재외동포청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연수구는 국제도시 기반을 갖춘 최적지라는 이점을, 서구는 인천공항, 김포공항, 서울을 연결하는 지리상 장점을 앞세운다. 중구는 현역 국회의원인 배준영(국힘,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의원을 앞세워 무력시위에 나섰다. 배 의원은 인천 유일 여당 원내 인사로 이번 당정협의회에서 인천 유치에 힘을 보탰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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