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모 강남여성병원장
성영모 강남여성병원장

"오늘 이사를 했는데 새집이라 문을 닫으면 페인트 냄새가 심해 머리가 깨질 듯하고,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콜록콜록 죽을 듯싶은데 어떡하지? 문을 여는 게 좋겠나, 닫는 게 좋겠나?" 2013년 방영한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으로, 남자친구의 연애상담을 하던 중 답답해하던 성나정(고아라 분)의 대사다. 이에 함께 있던 남자들은 "그래도 차라리 매연이 낫지 않나?", "아니지, 문 닫고 페인트가 낫지"라며 옥신각신했다. 그러자 성나정은 "환장한다. 환장해. 둘 다 아니다. 정답은 괜찮니? 병원 가야 되는 거 아니가?"라며 해결 방법만 생각하던 남자들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결혼 1년 차 신혼부부가 전국 자동차여행을 했다. 휴가 마지막 날 삼척에서 강릉으로 운전하던 중 아내가 말한다. "자기야, 운전하느라 피곤하지? 저기 바다가 보이는 빨간 뾰족탑의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 마시면서 좀 쉬었다 가자." 남편은 대답한다. "응. 난 안 피곤해. 앞으로 몇 시간도 더 운전할 수 있어." 그러면서 즐겁게 운전을 계속한다. 남편은 거의 강릉에 도착할 무렵 시무룩해진 아내를 보고는 "여보, 목적지에 거의 다 왔으니까 휴게소에서 아까 먹고 싶어 했던 따뜻한 커피 한 잔 먹고 갈까?"라고 말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내가 언제 휴게소에서 커피 먹고 싶다고 했어. 안 먹어…." 남편은 화를 내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같이 남성과 여성의 생각과 행동은 완벽하게 다르다. 

남녀는 태생부터 다르다. 생김새가 다르고, 생각 구조도 다르다. 남성은 매일 1억 마리 이상의 정자를 만들어 낸다. 보통 1회 사정으로 1억에서 2억 마리 정자를 사정한다. 이를 배출하려는 성욕은 자연스러운 본능적 욕구이자 나와 같은 유전자를 퍼뜨리려는 성향이 크다. 이에 반해 여성은 태아 시기에 100만 개의 원시난포가 출생하면서 30만∼45만 개로 줄어들긴 하지만 가임기 33년 동안 단지 400∼450개의 난자만 배란으로 배출한다. 정자는 매일 모자라고, 난자는 1천 배나 남는다. 

남자는 사정하면서 단 한 번의 성적 쾌감을 느끼지만 여자는 배란하면서 쾌감을 느끼지 않는다. 배란 시 여성호르몬 변화가 있어 뇌에 영향을 주지만 미미하다. 남성의 뇌는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사춘기 이후 여성보다 30배나 더 많이 분비돼 성에 대해 여성보다 적극적으로 된다. 여성의 경우 월경 시 테스토스테론 양이 가장 많아져 성욕이 절정에 달하지만 남성보다 민감하지 않다. 

요즘처럼 가족 간 대화가 줄어들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통쾌한 복수극(더 글로리)에 열광하며, 남의 간섭을 받거나 참견하기 싫어서 혼자만의 세상이 돼 가는 사회에서 남녀의 다름을 하나로 이어줄 매개체는 바로 ‘사랑’이 아닌가 싶다. 사랑은 인간 최고의 가치이자 최상의 덕이고, 최강의 무기다. 변하지 않는 사람을 바꿀 단 하나의 힘이다. 

사랑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신이 인간에게 주는 아가페(agape)적 사랑, 남녀의 불꽃 튀는 에로스(eros)적 사랑,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필리아(philia)적 동호인들의 사랑, 부모·자식 간 스트로게(stroge) 사랑. 이 중 남녀가 선택할 만한 사랑은 에로스와 필리아다. 사랑에는 3가지 요소가 있는데 관심(상대방의 만족과 행복이 자신의 행복만큼이나 중요하다), 애착(함께 있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친밀감(가깝고 은밀한 의사소통)이다. 실천하기 상당히 어려워 보이지만 사랑하면 자연스레 위 3가지 요소가 따라와 뇌가 행복의 비명을 지르게 한다. 

사랑은 언어처럼 많은 뉘앙스를 가졌다. 한 가지 언어로 표현하는 걸 좋아하며, 다른 언어를 통해 사랑받음을 선호한다.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나누기, 헌신적 행동, 신체 접촉이 게리 채프먼이 설명하는 5가지 사랑의 언어다(1995). 모든 사람은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만의 사랑하는 언어가 따로 있고 사랑받는 언어가 따로 있기에 사랑하는 이의 표현 방식을 아는 건 천국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우리 모두 상대방이 좋아하는 사랑의 언어를 습득해 사용하기를 권한다. 그러면 소통이 돼 남자가 원하는 것, 여자가 원하는 것 모두 이룰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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