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좋은 정치인, 좋은 학자, 좋은 의사, 좋은 기자, 좋은 예술인, 좋은 학생, 좋은 선수, 좋은 부모, 좋은 이웃, 좋은 지도자 등등 이렇게 ‘좋은 ○○’라는 말을 듣고 싶은 건 모두의 바람이지요. 그런데 이 말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불리지는 않습니다. 여기엔 인성적으로 매력적인 면을 소유하지 못하면 감히 좋은 사람이라 칭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좋은 사람이란 업무 능력은 물론 인간적 매력을 겸비한 사람에게 붙이는 호칭이라 봅니다. 

좋은 교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교사는 많으나 진정한 스승은 없고, 학생은 많으나 진정한 학생은 없다"는 말이 널리 퍼졌습니다. 이는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말로, 교사와 학생을 평가절하하는 모욕적 언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기대되는 기준에 미진하고 결여됐기에 이런 말이 회자(膾炙)되는 게 아닌지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일까요? 이 시점에 다시금 해묵은 교사론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교사진은 세계 지도자도 인정하는 우수 집단입니다. 전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의 교육을 보라"며 높은 교육열을 부러워했으며, 특히 교사진을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s)"라며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교사는 상위 5%에 속하는 학력을 가졌다는 공식 통계가 있습니다. 아시아 최고 선진국인 싱가포르가 30%선인 점과 비교하면 아주 우수하지요. 이는 신분이 안정적이고 평생 철밥통이란 현실적인 이유가 큽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이 현직에 입문해 그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느냐 하는 점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나라는 교직에 입문한 후엔 전문성을 함양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교사는 "난 지금 30대 중반이고 내가 원하기만 하면 앞으로 30년 동안 지금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직업이 오늘날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사회에선 질시와 비판의 눈으로 교직을 바라보며 평가합니다. 그 결과가 끊임없이 학부모 민원으로 제기되기도 합니다. 결론은 이제 교직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런 불만을 잠재우는데, 문제는 교사 수준이 아니라 의식과 행동입니다.

이제 교사들도 울타리 밖으로 나와 전문성 연수 또는 재교육을 받거나 새로운 수업 방식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출근시간을 지키고 수업시간에 늦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교사의 기본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건 지극한 기본의 오류입니다. 이제 교사도 5년 주기 순환 전보처럼 안식년을 갖게 하고 다시 전문교육을 받게 하며 교직 외 다른 곳에서 현장 체험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잘하는 선진국이 바로 독일과 싱가포르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들이 바로 교육 선진국이지요. 그들에게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지혜로운 사람이 많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7년 어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핀란드·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미국의 교사 연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그들의 교육체계가 뛰어난 성공의 열쇠는 바로 교사들의 꾸준한 연수 기회와 탄탄한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 그리고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들기 위해 협력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좋은 교사란 지식·정보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구실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가장 이상적인 유혹의 예술가이고, 학생의 호기심을 변호하는 변호인이며, 학생을 새로운 지식으로 이끄는 안내자입니다. 그래서 좋은 교사는 끊임없이 연수하고 전문성을 쌓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상호 간 협력하는 등 직무와 인성 양면에서 탁월한 매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좋은 교사는 ‘가라’고 말하는 보스(Boss)가 아니라 ‘가자’고 말하는 리더(Leader)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5월 스승의날을 맞이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모든 교사가 누구나 듣고 싶고 원하는 바람인 좋은 교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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