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1일 싱그러운 녹음이 드리운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숲속 파티를 연다. 거리예술의 활기찬 에너지를 시민들에게 전해 줄 ‘2023 수원연극축제’다.
명성 있는 해외 작품과 호평이 이어지는 국내 작품 초청은 물론 예술다운 시도의 다양함을 맛보는 공모 선정작까지 12개 연극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수원시민은 물론 공연예술에 관심 있거나 따스한 봄날의 소풍을 즐기고 싶은 누구나가 초청 대상이다. 두 손은 가볍게, 축제를 즐기겠다는 열린 마음만 챙겨서 들어가면 된다.
# 공중 퍼포먼스부터 해외 작품까지
2023 수원연극축제는 해외 극단 작품이 찾아와 시민들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2개 해외 초청작과 1개 협업 작품을 준비했다.
해외 작품 초청은 4년 만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 작품을 선보이지 못했던 수원연극축제가 다시 국제 연극축제로서 면모를 자랑한다.
해외 초청작 중 대표작은 밤하늘을 무대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칠 ‘보알라 정거장’이다. 스페인 극단 보알라 프로젝트가 오후 8시 30분부터 45분간 사색의 동산에서 크레인에 매달려 30m 높이 공중 서커스를 보여 준다. 마지막 기차를 놓친 사람들이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와 환상의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을 이야기에 담았다.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오르내리는 아찔한 움직임이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두 번째 해외 초청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다. 서커스와 무용을 결합한 스페인 극단 Cia Du’K’tO의 혼성 2인무다. 때로는 부드럽고 때로는 격정을 담은 기타 선율에 맞춰 각자의 몸짓으로 기대고, 밀어내고, 다시 의지하면서 관계를 묻는다. 오후 4시부터 30분간 생생1990 앞에서 만난다.
국적이 다른 여러 극단이 협업으로 만든 기획 작품도 이번 연극축제에서 눈길을 끈다. 오후 4시 30분 공간1986 1층 로비와 주방에서 시작하는 ‘마-피-코(MA-PI-KO)’다. 한국 극단 그린피그와 말레이시아·필리핀 예술가들이 연합한 페이크뉴스 프로젝트가 만드는 토론극이다. 세 국가가 통합해 연대국가를 설립한다는 가상 상황을 설정해 새로운 국가의 수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가짜 뉴스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내용이다.
# 거리극, 서커스, 이동식 공연
수원연극축제 국내 초청작과 공모작은 연극 재미를 널리 알릴 전망이다. 야외에서 펼치는 거리극과 서커스, 무용은 물론 이동식 공연까지 다채로운 형식의 공연을 준비했다.
국내 초청 대표작은 현대무용 장르의 ‘다크니스 품바’다. 사색의 동산에서 오후 6시 극단 모던테이블의 남성 무용수들이 어두움 속에서 강렬하고 역동감 있는 춤사위로 에너지를 내뿜는다. 품바 또는 각설이타령을 다시 해석한 작품으로, 예부터 내려오는 무용과 현대무용이 조화를 이루는 유명 작품을 가까이서 볼 기회다.
‘자살광대’도 초청작이다. 배우 김예은이 30분간 열연하는 1인극으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좌절을 겪은 광대가 기발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이웃 덕분에 실패하는 스토리로 구성했다. 죽음으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자신의 소중함, 관계의 아름다움, 삶에 대한 감사까지 돌아보게 한다. 오후 7시 생생1990 앞에서 공연한다.
공모작은 7개로 ▶수상한 나라의 엘니뇨(우주마인드프로젝트, 거리극, 교육1964 뒤, 오후 3시) ▶목적(리타이틀, 현대무용·거리극, 청년동~공작동 사이, 오후 3시 30분) ▶도시조류도감(컨컨, 서커스·오브제극, 청년1981 뒤 잔디마당, 오후 4시 30분) ▶벽 앞에 서서(김영주, 서커스, 공간1986 앞, 오후 5시 30분) ▶혼둘 혼둘(231과 서남재, 서커스, 청년1981 앞, 오후 5시 30분) ▶남겨진, 남은(김현기, 거리극, 생활1980 뒤, 오후 7시) ▶양심의 우산(비주얼아트플레이, 이동식 샌드아트, 청년1981 앞, 오후 7시 30분)이다.
마무리는 음악이 맡았다. 오후 9시 20분 생생1990 앞에서 여는 음악공연이 축제의 끝을 알린다. 토요일은 ‘수니인바이츠’가 가요, 팝 같은 다양한 음악을 브라스 편곡해 재즈로 마무리하고, 일요일은 ‘계피자매’가 세계 민속악기의 소리를 다시 해석한 월드뮤직으로 예술 스펙트럼을 넓히며 축제 대미를 장식한다.
수원연극축제를 연출한 임수택 예술감독은 "심리상 접근성이 좋은 거리예술에 집중해 시민들이 윤택한 문화 경험을 하게 준비했다"며 "때로는 건조하고 때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거칠기도 한 삶을 위로받는 기회가 된다"고 했다.
# 꽉꽉 채운 즐길거리
수원연극축제를 여는 이틀간 경기상상캠퍼스는 연극 작품 공연 말고 다채로운 즐길거리로 가득 채운다. 환경을 주제로 한 업사이클링 체험부터 지역 작가들과 함께 작품 활동을 경험하는 연계 프로그램, 핸드메이드 소품을 파는 플리마켓을 연다.
우선 수원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공작1967 앞 잔디밭에 마련한다. 생태와 환경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수원연극축제 맥을 잇는 업사이클링 체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우유팩을 활용해 필통, 카드집, 파우치를 만들거나 폐가죽이나 원단, 종이를 활용해 달력이나 체험키트를 만들며 환경을 생각하게 한다. 업사이클링 화분에 공기 정화 식물을 심어 반려식물 키우기에 도전해도 좋다.
수원 작가들과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숲속 예술 놀이터’는 창작활동 경험을 제공한다. 수원화성을 모티브로 한 패턴으로 북바인딩 제작, 대상을 새롭게 탐색하는 드로잉, 독특한 재료로 일상 그리기, 영상과 융합한 스톱모션, 자연물을 활용한 연필꽂이 액자 만들기 같은 활동을 실제 활동 작가들의 지도 아래 한다. 20일에는 지동예술샘터에 입주한 작가 4명이, 21일에는 푸른지대창작샘터 작가 4명이 출동한다.
체험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하니 연극 공연을 시작하기 전 방문해 나들이 기분을 내도 좋겠다.
경기상상캠퍼스가 주관하는 ‘포레마켓’도 수원연극축제와 함께 열어 행사장 풍성함을 더한다. 상상캠퍼스 입주단체와 지역생활문화동호회를 비롯한 20개 단체가 참여한다. 아기자기한 디자인 소품과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반려동물 제품, 업사이클 공예 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 숲속 파티 즐겁게 참여하기
마스크 없이 따뜻한 봄날을 즐기는 수원연극축제는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관람객이 몰려 주차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임시주차장을 운영하고 셔틀버스도 운행해 불편을 최소로 줄인다.
수원탑동시민농장과 탑동야구장, 수원유스호스텔, 서호중학교 주차장은 행사장과 대체로 가까운 주차장이다. 서울대 창업지원센터 주차장은 장애인주차장으로 지정했다. 또 더함파크와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도 임시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이용자들을 위한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2개 코스를 달리는 셔틀버스는 정오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더함파크 입구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순환 운행한다. 호매실지구 주민들도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수원은혜교회~엘지빌리지1단지~호매실역서희스타힐스아파트~홈플러스 서수원점~경기상상캠퍼스를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1시간 간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푸드트럭도 운영해 먹을거리 걱정도 던다. 볶음밥·탕수육·스테이크처럼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메뉴부터 소떡소떡·회오리감자·닭꼬치 같은 간식,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를 구성했다.
시 관계자는 "수원연극축제는 가정의 달인 5월에 숲속에서 휴식과 함께 공연예술을 즐기는 최고의 이벤트"라며 "예술가와 관객, 자연이 소통하는 축제를 준비했으니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안경환 기자 jing@kihoilbo.co.kr
사진=<수원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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