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진행 중이다.

"폭우로 반지하에 물이 차 올라도 ‘안전벨을 누르고 도움을 줄 사람을 기다리라’는 안내가 지금의 장애인 재난 대응 매뉴얼입니다. 과연 이런 대응책으로 장애인이 재난에서 안전할까요?"

기후위기인천비상행동과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9일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기후위기와 장애인 인권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발제를 맡은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과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기후재난 시대에 드러나는 불평등을 짚었다.

2020년 실태조사에서 장애인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은 19%로, 전체 인구 수급률 3.6%보다 5배 많다고 집계됐다.

또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 화재 때문에 인명피해를 입은 장애인은 모두 240명으로 사망 96명, 부상 144명이다. 더구나 같은 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은 264만 명으로, 10만 명마다 9.1명이 화재로 다치거나 숨졌다. 이는 비장애인에 견줘 2.2배에 이른다. 빈곤이 재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장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첫 사망자는 청도대남병원에 장기 입원한 정신장애인이고, 지난해 8월 반지하 폭우 참사로 사망한 피해자도 발달장애인 일가족"이라며 "재난에서 가장 위험한 취약계층은 장애인"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재난 대응 매뉴얼은 실제 효과가 없는데다, 이마저도 제대로 배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따랐다.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재난 대피 시설 정보가 없고, 지진이나 산불과 같은 대형 재난상황에서 글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재난문자와 같은 기본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는다.

조은구 진보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은 "대응 매뉴얼 대부분을 비장애인 중심으로 구성하다 보니 장애인은 재난 발생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며 "생존을 그저 운에만 맡긴다 해도 지나치지 않은 현실"이라고 했다.

이에 재난이 발생하면 취약계층에게 실제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지자체와 국가가 수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김홍규 인천사람연대 집행위원장은 그 방안으로 ▶재난 취약계층 주거환경 전수조사 ▶지원단 편제 ▶대피시설 환경 개선 ▶재난상황에서 응급 대처와 의료서비스 추가 ▶교육과 정보 제공을 제안했다.

무엇보다 토론자들은 장애인들이 기후재난 취약계층을 넘어 기후운동 주체가 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박병규 정의당 인천시당 정책실장은 "장애인 참여가 없다면 기후위기에 대한 하향식 변화밖에 이루지 못하고 당사자들은 배제된다"며 "기후위기 대응 대책은 피해를 직접 경험하는 당사자 목소리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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