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임정 오영애(76·사진)가 인생 에세이 「굿모닝 예스터데이」를 10일 공개했다.

오 작가는 일제강점기 한국화를 대표하는 청전 이상범 화백의 마지막 수제자다.

에세이는 오영애의 그림이 아닌 글로 채워졌다. 인천지역 대표 여성 화가로서 여성 인권 신장에 앞장서고, 교사로 40여 년간 재직하며 경험한 사람과 공간 추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오영애와 인천의 인연은 1970년 3월 영종중학교 미술교사로 부임하면서 시작됐다. 에세이는 미혼으로 서울에 거주하던 오영애의 치열한 출근길을 소개한다. 서울 돈암동에서 택시→종각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동인천역 도착→다시 택시로 만석동 선착장→배를 타고 영종 선착장→다시 버스로 영종중학교까지. 매일 편도 3시간 걸리는 출근길이 지루할 법도 하지만, 20대 섬마을 선생님 오영애의 눈에는 대한민국 격동기 삶의 현장 그 자체로 다가왔다고 한다.

부임 첫해 봉급 5만 원, 하숙비 3만5천 원, 통닭 한 마리 250원 등 당시 물가 상황을 에세이에서 엿본다. 또 야외 스케치 수업 중 뱀이 출몰하고, ‘메이드 인 영종’ 달걀 5개를 짚 꾸러미로 묶어 선착장 장터에서 뭍으로 이른바 ‘수출’하는 모습처럼 지금은 인천공항이 자리잡고 경제자유구역인 영종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누구의 처, 누구의 마누라,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 오영애는 1970년 인천을 ‘여성 이름이 없는 인천’으로 회상했다. 부당했다. 여성의 잠재력과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영애는 인천미술협회에 활동하는 여성 작가들과 고민을 공유하고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렇게 구성된 총 13인의 여성 작가는 마침내 1980년 서양화 여성, 여성 한국화, 여성 조각회 같은 분과로 독립하고 인천미술협회 내 별도 인천여성작가회를 구성했다.

오영애는 인천여성작가회 회장을 맡았다. 그는 200차례가 넘는 단체전과 개인전 활동으로 끊임없이 여성의 이름과 실력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들의 날갯짓은 이후 국제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 개막의 초석이 됐다. 더는 여성 이름이 없는 인천이 아닌, 오히려 여성을 주축으로 전 세계에 인천을 알릴 만큼 여성의 힘이 강하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그녀는 인천미술협회 부회장과 국전 한국화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에세이는 이처럼 오영애가 처음 인천에서 목격한 여성 인권 현실을 증언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함께한 여성들의 실명과 경험담을 나열하며 생동감을 더했다.

오영애는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라고 했다. 그녀는 에세이 제목 그대로 어제에 반갑게 인사했다. "지루한 삶은 없다. 시련도 없다. 내 삶 속 모든 사람과 공간은 그저 반가운 존재일 뿐."

오영애 작가의 출판기념회는 오는 15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다.

이인엽 기자 yy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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