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회는 지난 2일 정기총회를 열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유철 전 국회의원을 회장으로 추대했다. 원 전 의원은 평택갑에서 5선을 한 인물이다. 

원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23일 열린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석방이 확정됐다. 그리고 11월 30일 석방됐다. 그는 2013년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해 주는 대가로 코스닥상장사에서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7월 징역 1년6월과 벌금 90만 원이 확정된 사건이었고, 이로 인해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검찰은 2019년 지역구 업체 대표에게서 수억 원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적용해 원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뇌물 따위 혐의는 무죄로 선고되고 대출 알선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만 인정돼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징역 1년6월이 확정됐다. 그의 아내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등재돼 월 600만 원을 급여로 받았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평택시민회는 1978년 정치와 경제 들 각 분야 평택 출신 인사가 모여 결성한 ‘평우회’가 2016년 5월 이름을 바꾸고 활동 중인 향우회다. 평택지역이 대한민국 경제·안보 중심 도시로서 핵심 구실을 하도록 지역 발전을 지원하고 향토문화와 장학사업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이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 김모(37·신장1동)씨는 "평택시민이 분노한다. 평택시민회라는 단체의 회장을 뇌물 수수 전과자 원유철이 맡았다. 평택 수준을 알 만하다. 대장동 사건 집단에게서 고문료를 900만 원씩 받던 중 본인이 구속되자 부인에게 인계해 1천800만 원(3개월)의 고문료를 받아 평택시민을 치욕으로 물들인 5선 국회의원 출신 전과자가 평택을 대표하는 시민회의 대표를 맡도록 그를 추대한 사람들은 평택시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즉각 철회하고 사죄하라!"며 "원 전 의원은 사퇴하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분노했다.

원유철 전 의원은 평택시민회 회장 취임사에서 "고향을 향한 새로운 봉사를 시작한다. 내 고향 평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기대에 부응하려 한다. 평택시민회가 회원들의 힘과 마음을 모아 평택 발전의 서포터스 노릇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뇌물 수수로 구속되기까지의 사건을 지켜봤던 시민들이 느꼈을 창피함과 실망감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하고 평택시민회 회장직을 수락하고 평택시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말을 하는가.

어린 학생들도 잘못하면 근신의 시간을 보내는데, 직을 맡긴다고 넙죽 받는 행태를 보니 씁쓸하다. 평택시민에게 먼저 죄송하다는 메시지부터 있어야 시민을 섬기고 존중하는 자세가 아닐까?

정치인들의 "국민을 대변하고 국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이 "본인을 위해 본인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소리로 들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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