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지반침하가 236건에 이르는 가운데 대부분이 인재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경기도 지하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기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건수는 236건이다. 이에 따른 피해는 부상 16명, 차량 파손 15건이다.

지반침하 사고 4건 중 3건은 매설물 손상, 공사 부실, 다짐 불량으로 인한 사고였다. 매설물 손상에 따른 사고 발생이 95건(40.3%)으로 가장 많았고 다짐 불량 사고가 54건(22.9%)이었다. 매설물 공사 부실 14건(5.9%), 굴착공사 부실 8건(3.4%)으로 부실공사에 따른 사고 비중도 9.3%를 차지했다. 집중호우 따위 기타 이유로 발생한 사고는 65건(27.5%)에 지나지 않아 도내에서 발생한 대다수 지반침하 사고는 미리 방지 가능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기로 지난 1월 시흥시 신축공사장에서 굴착공사 중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진행한 조사에서 지하 연속벽을 시공할 때 기초 슬래브 연결부에 콘크리트 품질이 불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고 발생 전날 지하 연속벽의 면 정리 작업에 따른 진동과 충격으로 품질 불량부에 추가 손상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더구나 해당 지역이 시화호와 인접한 매립지인 탓에 지하 수위가 높아 수압이 손상부에 작용해 토사와 지하수가 유출돼 도로 표면까지 침하했다고 봤다.

월별 사고 발생 비율은 여름철인 8월이 17.4%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6월 14.8%, 7월 14.3% 순이었다. 보고서는 여름철에 발생한 지반침하 발생 건수가 전체 46.2%를 차지하는데, 이는 여름철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지역별로는 부천시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시 30건, 화성시 26건, 의왕시 15건 순이었다. 지난 5년간 지반침하 사고가 단 한 건도 없었던 지역 4곳 가운데 광명시를 뺀 가평·연천·양평군은 도시지역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보고서는 "연약 지반은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하면 대규모 인명·재산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 사업자들이 공사에 주의해야 한다"며 "연약 지반에 대해 지하 개발 담당자와 담당 공무원이 현장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하 안전 관련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려면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서로 협력하기 위해 도 차원에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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