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액체 ‘술’은 적당량을 마시면 보약이 되고 과하게 마시면 독이 된다.

좋은 이들과 웃으며 즐기는 음주는 즐겁고 운치와 낭만이 있지만, 술이 술 먹고 소위 ‘맛이 가도록’ 마시다 보면 정신을 잃고 자신이 블랙아웃된 동안 무슨 짓을 한지도 모른다.

이런 만취 상태에 운전이 합쳐지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인생을 망친다. 

‘음주 운전’이라는 단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뉴스를 찾아 보니 각양각색의 최신판 사건·사고가 시선을 잡는다. 

음주 운전하다 시민에게 붙잡힌 경찰관, 대낮 음주 운전 차 은행 돌진, 사고 내고 음주 측정 거부, 단속에 걸리자 친언니 주민번호를 댄 무면허 음주자를 비롯해 하루에도 많은 음주사고가 뉴스 지면을 장식한다.

최근 퇴직 공무원이 대낮 음주 운전을 해서 길 가던 초등학생을 덮쳐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다. 

자신의 몸조차 주체하지 못한 채 갈지자로 걸으면서 차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가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음주 운전 처벌 강화와 방지 대책이 논의 중이다. 

검찰은 가해자를 구속 기소하는 동시에 당시 사고 차를 몰수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음주 운전 차를 몰수·추징하자는 여론이 일고, 음주 운전 예방의 한 방편으로 삼자는 목소리가 크다.

음주 운전 3범은 면허를 영구 박탈하고, 운전자 명의 차를 몰수하는 입법도 국회에서 준비 중이다. 

차 경제 가치나 소유주 여부, 수사기관 내 차 수용 공간 제약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쉽게 정착되기는 힘든 방안이지만 상습·반복 음주 운전을 벌이거나 스쿨존 사고처럼 사안의 중대성을 따져 몰수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끔찍한 음주 운전 사고가 반복하면서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에게 ‘음주 운전 방지 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장치를 최대 5년 동안 무조건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도 추진한다.

사실 이런 종류의 법안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부터 시동 잠금장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뒤 폐지되는 일이 반복됐다.

시동 잠금장치는 이미 미국에서 1986년 도입했다. 호주·영국 같은 나라에서도 시행 중이다.

15년 전 제기된 이런 논의가 한국 사회에서는 별 볼 일 없는 방안으로 치부돼 지지부진해지면서 생명에 치명상을 입히는 음주 운전 사고가 계속 일어났다.

더 이상 무고한 시민이 음주 운전 차에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에서 진지한 입법 논의를 거쳐 법을 제정하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