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최윤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위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고 생명에 치명상을 주는 암 중 하나다. 위암의 가장 큰 원인은 반복되는 위 염증이지만, 일부 위암은 유전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정기 위내시경 검사 같은 예방 노력이 중요하다. 

위장병학과 간장학 저널 중 Nature Review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전 원인으로 발생하는 위암 환자는 3%라고 알려졌다. 우리 몸에는 암 발생을 억제하는 구실을 하는 유전자가 있는데, 이 유전자에 태어날 때부터 돌연변이가 있어 암 억제 메커니즘이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론상으로는 직계가족 구성원 중 절반이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를 공유 가능한데, 이 경우 같은 암이 그 구성원에서도 나타날지 모른다. 따라서 위암이 직계가족 중 2명 이상에서 발생했을 경우, 더구나 미만형 위암이라면 유전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위암 환자 평균 발병 연령은 60세지만 유전성 위암은 더 젊은 나이에 발생한다. 또 유전성 위암은 특징으로 위에 두 개 이상 다른 암이 있거나, 위암 말고 다른 암을 동반하기도 한다.

유전성 위암의 종류는 크게 ‘유전성 미만형 위암’과 ‘린치증후군’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유전성 위암은 ‘유전성 미만형 위암’이다. 유전성 미만형 위암은 ‘CDH1’이라는 유전자에 타고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발생하는데,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50~70% 확률로 살아가는 동안 위암이 생긴다고 알려졌다. 우리나라 45세 미만 유전성 미만형 위암 환자의 0.5% 미만에서 이러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보고된 바 있다.

위암은 세포 모양에 따라 장형과 미만형으로 나눈다. 미만형의 경우 예후가 나쁘고 젊은 여성에서 대체로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린치증후군은 대장암에서 잘 알려진 유전성 암이지만 위암과 자궁내막암과도 연관 있다. MLH1, PMS2, MSH2, MSH6 유전자 중 하나에 타고난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발생한다. 린치증후군으로 인한 암은 최근 면역항암치료(면역관문억제제)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위암으로 나타난다.

유전성 위암은 혈액검사로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해 진단한다. 최근 단일 유전자 대신 수십 개의 암 발생 위험 유전자를 한번에 확인 가능한 다중 유전자 패널 검사를 시행한다.

직계가족 중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이거나 위암이 50세 이전 젊은 연령에서 발생한 경우, 여러 개 위암이 발생하거나 위암 말고 다른 종류 암을 동반하는 중복암이 발생한 경우, 현미부수체불안정성 위암이 있는 경우 주치의와 상의해 유전자 검사를 고려해 봄직하다.

위암으로 진단됐거나 이미 치료받은 뒤 유전성 위암으로 판단된다면 재발과 다른 암 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치의와 면밀한 상담으로 맞춤 암 검사와 예방 전략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의 유전자 검사와 맞춤형 관리도 고려해야 한다. 아직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지만 유전성 위암 위험 유전자를 가졌다고 확인되면 20대부터 위내시경을 비롯해 암 검진을 해마다 받는 편이 좋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유전성 미만형 위암으로 진단됐을 때 예방으로 위를 제거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위내시경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으므로 정기로 검진하기를 추천한다. 린치증후군이라면 위암을 비롯해 대장암, 자궁암 따위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이 있으므로 대장내시경과 초음파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유전성 위암 위험 유전자가 확인된다고 꼭 위암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일반인들보다 위험성이 높다. 규칙을 정한 식사와 운동, 금연과 금주, 맵고 짠 음식 피하기, 헬리코박터균 제균으로 위암 발생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위장관외과 최윤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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