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희 아인병원 내과(내분비)  과장
한정희 아인병원 내과(내분비) 과장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진료를 보다 보면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 여성들이 우울감, 무기력감, 식은땀 따위를 호소하며 종종 방문한다. 문진한 뒤 호르몬 검사를 시행하면 대부분 난포자극호르몬 증가나 에스트로겐 감소로 갱년기 진단을 받는다.

갱년기는 월경이 끝나는 시기 앞뒤로 나타나 ‘폐경’ 또는 ‘폐경 이행기’라고도 하는데, 생식 기능이 감소하거나 상실하는 신체 변화와 함께 정신 면에서도 큰 변화가 온다.

인간 기대수명이 80세가 넘어가면서 폐경 뒤에도 인생에서 약 30%에 해당하는 기간을 살게 되는데, 이 시기 몸에 찾아오는 신호를 무시하게 되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갱년기 대표 증상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 홍조, 식은땀, 불면증, 관절통이다. 더불어 잦은 감정 기복, 무기력증, 우울증이 동반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에스트로겐 감소로 발생하는데,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겪는다면 의료진 상담으로 개인 상태에 따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흔하게 나타나는 질환은 골다공증이다. 골다공증은 골량 감소로 뼈 강도가 약해져 골절 위험성이 증가하는 대사성 골질환을 말한다. 흔히 "뼈가 아프니 정형외과를 가야 하나?"라고들 하지만, 대사성 질환이기 때문에 내분비내과 진단이 필요하다. 갱년기 시기에는 호르몬 변화에 따라 골밀도는 낮아지고 골량 감소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이다.

초기 골다공증은 주로 뼈 내부 미세골절로 생기는데, 심각해지는 경우 키가 작아지고 등뼈가 튀어나오는 따위 노인 체형으로 변화한다.

따라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면 골밀도 검사로 골량과 뼈 강도를 확인해야만 한다. 골다공증을 진단 받았다면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골다공증 치료를 받아야 나중에 발생할지 모르는 척추나 관절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페경한 뒤 골다공증 치료는 간략히 두 가지 정도로 나눈다.

골량 유지와 소실을 줄일 목적으로 칼슘, 비타민D 섭취량을 늘리고 골다공증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법이 그 하나다. 또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치료 요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에스트로겐 혈중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만들어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안면 홍조, 감정 변화, 수면장애 따위 증상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자신의 신체 상태와 과거 합병증에 따라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담으로 올바른 치료를 받아야 안전하면서도 큰 효과를 본다.

폐경을 영어로 ‘menopause’라고 하는데, 이는 ‘나는 멈추지 않는다’로 해석이 가능한 ‘Me-No-Pause’라고 풀어 쓰곤 한다. 평균수명이 짧아 갱년기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20세기 이전에는 갱년기를 질환으로 여기지 않았으나, 최근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40~50대를 대체로 젊은 시기로 간주하면서 갱년기 이후 삶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겪는 질환이라며 갱년기 증상을 참고 방치하면 사소한 질환도 만성질환으로 이어질지 모르니 주의해야 한다.

갱년기 전후 호르몬 검사로 자신의 신체 변화를 올바르게 인지하고 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습관이야말로 인생 후반전을 슬기롭게 보내는 길이다.

<아인병원 내과(내분비) 한정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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