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흘렀다.
 
5이닝 9안타 4실점이라는 성적에 비하면 뜻밖의 상황. 박찬호는 오히려 성적 부진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내가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고 되물으며 “성적보다는 구위회복이 재활등판의 목적이며 오늘은 아주 만족할만한 피칭을 했다”고 강변했다.
 
실제 이날 박찬호의 피칭은 위력적이었다. 특히 시속 130km 안팎의 슬러브는 18승을 거둔 2000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낙차가 크고 예리했다. 7개의 탈삼진 대부분이 슬러브를 던져 얻어낸 결과였다.
 
홈런 2개와 2루타 1개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직구도 위력적이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4km가 나왔고 지구는 대부분 시속 145km를 넘었다. 좌우타자를 막론하고 백스톱을 맞히는 파울 타구가 많이 나왔고 특히 오른손 타자의 경우 1루 쪽으로 밀리는 파울이 많았다.
 
2회 에밀 브라운에게 맞은 홈런도 타이밍상 완전히 밀린 것이었으나 외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타고 오른쪽 파울 라인쪽 담장을 살짝 넘었다.
 
게다가 투구폼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박찬호가 직구 전력투구를 한 것은 몇 차례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날 박찬호로 하여금 회심의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2년전부터 소리 소문없이 익혀온 SF볼도 테스트 결과 만족스럽게 나타났다.
 
박찬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투구폼이 아직은 일정치 않고 100개 이상 피칭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박찬호는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알맹이가 꽉 찬 복귀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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