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을 관통한 전세사기 피해로 안정감 있는 주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다. 그러면서 공공에서 공급하는 주택 가치가 더 귀중해졌다.

 이에 경기도는 안정된 주택 공급에 더해 각종 산업, 더구나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전초기지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경기도 주택정책과 도시계획 최일선에 있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 김세용 사장에게서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 5개월째 접어들었다. 그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취임 이후 GH가 생각보다 일이 많다는 점을 느꼈다. GH가 SH(서울주택도시공사)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2018년 SH 사장을 지낼 때만 하더라도 GH가 작았는데, 그 사이 예산이 많이 늘었고 3기 신도시 사업을 하면서 규모가 상당히 커졌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을 본격 시작하면 앞으로 규모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그리고 일의 유형이 굉장히 다양해져 앞으로 경기도만큼은 LH가 필요없겠다는 진단을 하게 됐다. 서울에서 LH가 사업을 하지 않듯 경기도에서도 차츰 그렇게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와서 보니 직원들 역량도 뛰어나다. 한 기관이 전국을 대상으로 독점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후진국 모델이다. 지역마다 필요가 다르기에 특성에 맞는 사업을 진행하도록 LH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1월 경영혁신추진단을 구성해 사업 혁신, 경영 전략, 인권 청렴, 조직 인사 4개 부문 14개 혁신과제를 끄집어냈다.

취임한 뒤 직원들에게 두 가지를 늘 강조하는데, 고품질·고품격 도시·주거 공간 창출과 총괄사업관리자로서 충실한 임무 수행이다. 양질의 주택 공급에 더 힘쓰고, 이제는 빌더(builder) 기능에서 벗어나 총괄사업관리자(타운매니지먼트) 노릇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도시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조성 이후 유지·관리와 운영까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GH가 중점 추진하려는 ‘기회수도기획처’는 어떤 의미인가.

▶경기도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김동연 경기지사 정책 비전과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에 31개 시·군이 있지만 하나의 도시로 작동해야 한다.

경기도 면적이 1만㎢인데, 지구상에는 모스크바를 비롯해 이 만한 도시들이 꽤 많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기도는 하나의 도시 개념이 아니라 31개 시·군을 모았다는 인식에서 도시계획을 세웠다.

경기도를 이제 하나의 도시로 보고 그 안에서 김동연 지사 철학인 ‘기회를 많은 사람들에게 드리는 수도’ 노릇을 하겠다는 복안으로 조직 개편 때 기회수도기획처를 따로 만들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구축에서 GH는 어떤 일을 하나.

▶경기도는 3월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하는 ‘반도체지원TF’를 출범했고, GH도 참여해 국가산단 개발 방향을 논의하는가 하면 사업에 참여하려고 노력 중이다.

더불어 도의회에서도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업에 GH가 참여하도록 정부에 정식 건의했으나 국토교통부는 LH를 사업시행자로 선정했다. GH가 법에서 규정한 자격이 충분한데도 100%를 LH한테 다 주겠다는 발상이 이해되지 않는다. 도민들도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본다.

이에 GH는 관계 기관 협의를 거쳐 사업자를 변경해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려고 노력하겠다. GH는 파주LCD, 판교테크노밸리 같은 4차 산업과 반도체 관련 개발사업을 추진한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경험과 비법을 축적했다. 또 경기지역 특성과 여건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갈등 조정과 민원 해결에도 장점을 지닌다.

이 같은 GH 역량을 토대로 경기도와 함께 국토부를 비롯한 정부 측과 줄곧 협의해 국가 전반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한다.

-김포 사례에서 나타났듯 3기 신도시 기반시설 문제가 걱정이다.

▶김포신도시는 김포도시철도 승객 과밀 현상에 따른 교통 관련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광역교통 개선대책 수립이 늦어지고 신도시 자족 기능이 부족한 탓이다.

GH는 3기 신도시 광역교통과 관련해 ‘2배 이상의 광역교통개선부담금과 2년 빠른 교통대책 수립·시행’을 준비 중이고, 더불어 신도시 자족 기능을 높이려고 ‘2배 이상 도시지원시설용지 확보’를 목표로 세웠다.

일자리를 확보해 3기 신도시 입주민들의 직주 근접 생활이 가능해진다면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는 많이 줄어든다고 본다.

사실 3기 신도시 계획을 보면 30년 전 만들었던 1기 신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 3기 신도시가 만들어 입주하면 최소한 50년 이상 가야 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3기 신도시 7곳 중 대부분이 구역별로 사업자가 다른데, 이러면 준공 시점이 다 달라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 아직 협의가 가능한 시점이니 공론의 장을 마련해 가능한 부분은 바꿔 보겠다.

-GH가 앞장서 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대응했는데도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한다. 앞으로 계획은.

▶전세사기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5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이번 역시 달라진 부분이 없다. 그때도 주로 빌라나 연립에 사는 분들이 피해를 봤고, 실현 불가능한 정책으로 갑론을박만 하다 사태가 반복됐다.

이번 기회에 여야는 전세사기 피해를 뿌리부터 막을 법안을 내놔야 한다. 보기를 들자면 보증보험에 100% 가입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우선 GH는 보유 중인 98가구를 확보해 긴급지원주택 대상자 주거지를 고려, 입주하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상담인력을 큰 폭으로 보강해 파견 상담을 진행 중이다.

사실 지자체 차원에서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일단 들어가서 살도록 하자는 생각이다.

우리가 먼저 시작했기에 앞으로 서울이나 인천에서도 찾아오리라 생각하는데, 그러면 우리가 자료를 공유해 그쪽도 대응하게끔 지원할 계획이다.

-설계공모 운영위원회를 도입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설계공모 운영위원회는 사업 특성에 맞는 관계 분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공공건축물 디자인 혁신과 설계 품질 향상을 위해 심사 운영 전반에 대한 자문을 수행한다.

투명성을 강화하려고 평가위원회 전 과정을 유튜브로 실시간 공개하고, 동일 소속 기관에서 다수를 선정하는 상황을 제한한다. 또 직전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배제해 공정성을 높였다.

-제3판교를 스타트업플래닛으로 조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상세한 내용은.

▶판교테크노밸리는 IT 중심 4차 산업혁명 중심 업무지구로 발돋움하는 상황이고, 현재도 유망 기업과 인재들이 모여든다.

인재들이 오며 일하고 즐기고 머무를 공간이 필요한데 현재의 판교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 제3판교에 구상 중인 스타트업플래닛은 혁신성장하는 주체들이 일하고, 즐기고, 머무를 만한 공간을 동시에 마련하는 데 의의가 있다. 역량이 우수한 인재들이 줄곧 유입되고,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제성장 엔진으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경기도에서 일하는 R&D 인력들이 소득 기준도 있고 하다 보니 대부분 GH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 주택에 입주를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한다.

그런데 다른 업종은 몰라도 스타트업이나 R&D는 먹고 자고 일하는 상황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공급 기준에 넣어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우선권을 갖도록 하려 한다. 과거에 직주 근접 개념이 있었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은 ‘직주 일치’다. 스타트업 개발자에게 최대한 집중해 마음껏 기회를 주겠다는 개념이다.

-도민이 GH 주주로 참여하는 ‘기회수도주주단’ 운영 계획은.

▶연내 1대 도민주주당을 출범하려고 준비 중인데, 주주단은 GH 의사결정 과정에 도민이 함께 참여해 토론하고 숙의를 거쳐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도민 소통기구 구실을 맡는다.

GH는 경기도가 100% 출자한 기업이기에 GH 주주는 경기도민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직원들로서는 일이 더 번거로워질지 모르지만 집단지성의 힘을 어느 정도 믿는다.

100명 정도 모이면 좋은 방향이 나올 테고, 직원들 처지에서는 사람을 위해 일해야 된다는 생각을 더 명확하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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