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심형래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매년 5월 22일은 가정위탁제도를 활성화하고 홍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가정위탁의 날’이다. 2003년 처음 시작된 가정위탁제도는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친부모의 이혼, 질병, 수감, 경제 사정 등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지 못할 때, 아동을 시설에서 보호하는 대신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가정에서 보호하다가 친가정 기능이 회복됐을 때 아동을 다시 친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제도다. 입양과 비슷해 혼동하기도 하는데, 가장 큰 차이점은 입양은 가족관계증명서에 등록돼 가족으로 계속 살지만, 가정위탁은 일정 기간 함께 거주하다가 친가정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정위탁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전국에 가정위탁지원센터가 18개소 설치·운영 중이며, 대략 1만 명의 아동들이 위탁가정에서 생활한다. 인천가정위탁지원센터도 현재 약 430명의 아동들을 가정위탁으로 보호하며, 매년 약 50명의 아동들이 가정위탁아동으로 새로 등록된다.

전국적으로 아동학대 사례가 계속 증가하고, 인천지역에서도 심각한 아동학대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이 아동들이 친가정과 분리·보호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친가정의 여러 사정으로 가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받아야 하는데, 특히 가족에게 ‘학대를 당한’ 아동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아동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보호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이 아동들을 양육해 줄 위탁가정이다. 한 명의 위탁아동이 위탁가정에 배치되려면 아동의 연령, 성별, 건강 상태, 성격 등 다양한 조건들이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한 명의 위탁아동이 발생하면 그 몇 배수의 위탁가정이 준비돼 있어야 아동과 위탁가정 간 최적의 조건에 부합하는 가정에 아동을 배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아동을 위탁하겠다는 위탁가정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학대아동 내용이 언론에 언급될 때 많은 사람들이 해당 아동에 측은한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직접 양육할 의사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 이유로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대국민 홍보 부족을 들 수 있다. 가정위탁에 대한 인식 부재 그리고 친자녀가 아닌 아동을 양육하는 데 대한 막연한 염려 또는 부담감이 이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사는 인천에만 약 370곳의 위탁가정이 있다. 이들 가정은 우리와 다른 특별한 가정이 아니다.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다.

사람마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어려움도 이겨 내는 힘이 편린처럼 하나씩 있다고 한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와 관계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자리잡게 된 ‘어떤 것’일 테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아이들에게 누군가 그런 좋은 편린을 심어 줄 수 있다면 그 아이는 그 힘으로 평생을 견디고 잘 살아낼 것이다. 아이들에게 있어 그것은 아마도 자신을 양육해 주는 보호자 같은 관계에서 비롯된 것들이 대부분일 테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OECD 국가 중 최저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까지 한다. 그렇다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더불어 이미 우리 주변에 있는 아동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친가정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이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는 조건을 만드는 일도 그 노력의 하나다. 친가정과 분리된 아동들이 가정과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많은 사람들이 가정위탁에 관심을 갖고 이 아동들을 양육해 보겠다는 용기를 가져줬으면 한다. 오늘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이것이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실천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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