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지난 11일 국내 프로야구 감독이 시즌 중 그것도 성적이 상승하는 가운데 갑자기 ‘성적 부진’으로 교체됐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수베라’였고,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이다. 그는 마이너리그 구단을 지휘하며 유명 선수들을 키워 내는 ‘육성 전문가’로, 경질 마지막 멘트가 가슴에 와 닿는다. "갑자기 경질되는 바람에 애초 약속한 팀 리빌딩(rebuilding)을 끝내지 못했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가 말한 ‘올바른 방향’에 대한 가치가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ESG 가치경영 차원에서 보면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선택된 사람을 일방적으로 무자비하게 버리는 카드를 구단이 선택한 셈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올 시즌 플레이오프 경기에 나선 ‘마이애미 히트’는 ‘컨퍼런스 결승’에 진출하며 미국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이 팀이 주목받는 이유는 ‘선택받지 못한 자들(undrafted)’의 반란이라고 하는 스토리텔링이다. NBA는 매 시즌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60명을 뽑는데, 여기서 제외된 5명의 선수들을 영입해 결승에 올랐다. 화려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남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잠재력과 근성을 키워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만들어 냈다.

바다 항해에서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는 항상 적정량의 물을 담아 둬야 한다. 사람이나 화물을 실은 배가 목적지에서 하선하거나 짐을 내려놓으면 무게가 가벼워진 만큼 균형을 잃을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적정한 양의 물을 담아 무게를 맞추는 일이 ‘평형수’의 임무이자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선택’과 ‘집중’, ‘조화’와 ‘균형’에 관한 ESG 경영 인사(HR)관리정책 내지는 전략에 대한 문제 제기다. 경영조직인 기업의 CEO는 같이 일할 사람(직원)을 선택해서 활용하고 키우며 ‘자기존재감 확대’ 내지 ‘자아존중 감정’까지 아우르는 노릇까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좀 더 합리적이고 인본(人本)주의적인 인사정책, 인사 전략이 바람직한 순서 그리고 상호보완적인 ‘사람경영’이라는 이야기다. 1인당 생산성이나 부가가치에 따른 ‘사람’보다 잠재력과 됨됨이를 갖춘 그런 ‘사람’을 선택하고 관리하며 양성하는 미래 수익 확보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

‘아들러’를 비롯한 세계 굴지의 심리상담 학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면 ‘방어기제’에 따른 타인과의 관계자산 확보에 실패한다고 했다. 방어기제는 자신의 마음이 평온하기를 바라는데 이러한 평정을 깨뜨리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때 우리가 ‘자아 평정’을 위해 정신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과업이라 본다. 지극히 개인적 문제지만 이는 명백하게 사회적 문제다.

CEO가 직원을 볼 때 단순히 성과 달성 ’수단’으로 보는 것과 ‘자산’으로 보는 것의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 간주하면 확장성에 끝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접근 방식은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규칙과 반칙의 정반합이다.

CEO와 직원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타자와 어울려 밀접하게 사회·경제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신뢰가 공고히 되고 서로가 서로를 설득하며 보이지 않는 사람의 가치를, 생(生)의 의미를 서로 키워 간다.

기업 인사정책도 마찬가지다. 사람 수에 따른 규모, 분위기, 문화 격차는 엄연히 존재하겠지만 ‘사람’과 ‘사람’의 일차적 관계, 동반성장, 공생의 가치는 ESG 경영에서 좀 더 인간적인 밀착을 요구한다고 본다. 특히 중소기업은 협력사 중심의 1·2·3차 밴드로 의무 적용하는 ESG 요소가 인사(HR) 문제에서 합리적 기대를 갖고 경영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은 단 한 명이라도 경영 전략과 수익 창출에 맞는 인재가 필요하고 중요하다.

사람을 선택하고 관리하는 일은 경영의 상징성, 지속성, 연결성을 갖는 일이다. 우선 당장 입맛에 맞다고 장기적 가치를 포기하는 일은 가장 나쁜 인사(HR)정책이며, 일시적으로 어려운 실적을 거둔 직원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거나 지금 당장 수익 창출에 기대감을 가질 수 없다는 직원에게 잠재력과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이 바로 ‘사람경영’이다. 쉽게 선택하고 쉽게 버리는 인사정책은 균형감을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악재다.

기업 경영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평형수’ 같은 분명한 의지와 실천이 필수다. 기업의 비재무적 가치를 논하는 ESG 경영에서 CEO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상황과 질문에 ‘제2의 르네상스’적 사람 중심의 분명한 답을 해야 한다. 그래서 ESG 경영은 시작도 ‘사람’, 마지막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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