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영화는 1분 남짓한 ‘다큐멘터리’였다. 초기엔 인물 움직임 따위를 담는 수준이었지만, 차츰 치밀하고 정교하게 발전한다. 어수선해 보이지만 꽉 들어찬 현실과 그 틈에 숨은 진실. 그 날것을 포착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 그 중 한때 유행한 ‘다이렉트 시네마’와 ‘시네마 베리테’라는 제작 방식이 있다.

둘은 정반대 견해를 보였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감독, 즉 연출자가 촬영장에서 웬만하면 나서질 않았다. 마치 벽에 붙은 파리처럼 카메라를 설치하고선 가만히 기다렸다. 출연진들이 긴장을 풀어 자유롭게 행동하고 말하게끔 내버려둔 뒤 거기서 진실을 찾았다.

반면 시네마 베리테는 ‘촉매제’를 자처했다. 그들은 출연진을 자극해 진실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그러려면 사람 힘으로 현장을 만들어야 했다. 연출자는 거리로 나가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과감하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방식도 이와 비슷해 보여 흥미롭다. 몇 달 전 다른 곳에 일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 그 옆엔 다른 일행도 함께였는데, 아는 사람과 짧은 얘기를 나누는 동안 초면인 그가 기자에게 조금 날 서게 느껴질 정도로 질문을 해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것 그대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그만의 방식이지 않았나 싶다. 반대로 기자는 일단 한발 물러서 관조하는 편이다. 그래야 최대한 편견 없이 이해할 듯싶다. 관계를 맺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생기면 그를 알고 싶어진다. 단순한 움직임부터 상대 생각이나 취향, 그 밖에 여러 가지가 궁금해질 때 마음속 카메라가 절로 켜진다. 다이렉트 시네마처럼 바라보든, 시네마 베리테처럼 재촉하든 본질은 같다. 화각 50㎜ 눈동자가 서로를 살피고 편집하지 않은 행동과 감정을 담는다. 어렵지만 그 틈에서 진심을 읽으려 노력한다. 

누군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테다"라고 했단다. 기자 생각엔 우리는 이미 다큐멘터리 연출자다. 고로 세계 마지막 영화는 아마 다큐멘터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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